▷구청은 오후 6시 이후 근무도 하지 않고 대리 서명으로 시간외수당을 챙기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자 퇴근 시간을 철저히 관리하기 위해 2월 지문인식기를 설치했다. 눈먼 양심 앞에서는 첨단 장비도 소용이 없다. 밤마다, 심지어 휴일에도 이런 꼴불견이 벌어지고 있다. S구청이 5급 이하 직원 1100여 명에게 지급한 시간외수당은 매달 약 4억5000만 원으로 1인당 40만 원. 주민을 위한 봉사가 본분인 구청 공무원들이 시간외수당을 더 받아내려고 야밤에 좀도둑처럼 행동하고 있다.
▷일부 공무원은 시간외수당을 ‘눈먼 돈’이나 ‘임금 보전 수당’ 정도로 치부한다. 나랏돈을 횡령하고서도 죄의식은커녕 부끄러움도 못 느끼는 공무원이 적지 않다. 지난해 5월 감사원이 23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적발한 시간외수당 횡령액만 952억 원이나 됐다. 경기 수원시 공무원들은 전 직원의 출퇴근 시간을 5년 동안 ‘오전 8시 출근, 오후 11시 퇴근’으로 조작해 시간외수당 333억 원을 횡령했다가 1월에 적발됐다.
▷S구청이나 수원시청만이 아니라 공직사회 전반의 문제다. 시간외수당 횡령은 공무원 사회의 고질병이 된 지 오래인데도 사라지지 않는 것은 세금 도둑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도 주요한 원인이다. 333억 원을 횡령한 수원시의 경우 핵심 책임자 3명이 감봉 1개월 처분을 받은 게 징계의 전부였다. 이래서야 공무원들이 세금 도둑질을 겁낼 리가 있겠는가. 이 정부는 입만 열면 개혁을 부르짖는데 도대체 무엇을 개혁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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