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면서 김태호 경남지사가 “마산에 주택공사 등 3개의 공공기관을 옮겨 ‘준혁신도시’를 만들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라는 게 이들의 요구였다.
이에 앞서 건설교통부는 23일 오후 2시 3차 혁신도시위원회에서 7개 혁신도시 개발계획안을 의결했다. 경남도의 이의제기는 묵살됐고 “마산 준혁신도시는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나왔다.
혁신도시위원회에는 당연직 위원인 이창희 정무부지사 대신 국장급인 조정규 공공기관이전본부장이 참석했다. 이 부지사는 오전 10시 반부터 국회에서 열린 지역균형발전협의체 회의에 가 있었다. 이 회의는 비수도권 13개 시도 단체장과 국회의원들이 멤버로 지사가 다른 일정이 있으면 통상 행정부지사나 기획실장이 참석한다.
김 지사는 ‘급해 보이는’ 혁신도시위원회에 참석해야 할 정무부지사를 이곳에 보내고 무엇을 했을까. 그는 오전 10시부터 그리 ‘급하지 않아 보이는’ 거가대교, 마창대교 공사현장을 시찰했다.
마산 준혁신도시는 경남도가 ‘남해안시대’와 함께 사활을 거는 사안. 3차 위원회의 비중을 감안한다면 이런 김 지사의 일정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 부지사는 1, 2차 위원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혁신도시 진주가 정치적 기반인 그로서는 마산 준혁신도시의 깃발을 드는 데 현실적 한계가 있을 법도 하다.
정치적 차원에서 준혁신도시 결정을 내렸던 김 지사는 더는 정부 탓만 해서는 안 된다. 공범위의 질문에 진솔하게 답하고, 진주와 마산의 갈등 해소에도 앞장서야 한다.
순자(荀子)는 ‘애매한 것으로 모호한 결정을 내리면 반드시 엉뚱한 결과가 나온다(以疑決疑 決必不當)’고 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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