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한국학과 대학원생 김지현(33·여·서울 서초구 방배동) 씨는 31일 오전 10시 반 서울 신촌세브란스 어린이병원에서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항암 치료를 받는 중학교 2학년생 정우빈(13) 양에게 자신이 8년간 길러 온 머리카락을 기증할 예정이다.
국내에서 머리카락 기증은 매우 드문 일. 가발 하나를 만들려면 보통 2, 3명의 머리카락이 필요하다. 다행히 김 씨의 머리카락은 1m가 넘는다. 가발업체인 하이모㈜의 후원으로 그의 머리카락에 인조모가 더해져 가발이 만들어진다. 허리까지 늘어진 김 씨의 긴 머리카락은 귀를 살짝 덮는 예쁜 단발머리로 변했다.
정 양은 지난해 11월 감기 증세로 병원을 찾았다가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그는 골수 기증자를 찾지 못한 채 반년째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투병하고 있다. 정 양은 머리카락이 다 빠져 모자가 없으면 외출할 생각을 못한다. 130만∼300만 원이나 되는 비싼 가발을 살 형편도 아니었다.
김 씨는 친구의 소개로 외국의 머리카락 기증 사이트(www.locksoflove.org)를 알게 된 뒤 기증을 결심했다. 그는 “외국에선 자신의 머리카락을 암 환자나 필요로 하는 일반인에게 기증하기도 한다”면서 “1년 전부터 머리카락을 기증하려고 소아암협회 등 여러 단체에 알아봤지만 다들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 기증하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머리카락은 30cm 정도만 돼도 기증할 수 있다”면서 “한국에도 머리카락 기증 사이트가 있으면 기증 문화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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