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리즈 기획의 의도는 ‘옛 도심 활성화’였다. 다만 실태 조사나 정책 당국에 대한 평가보다는 가치의 재발견에 무게를 두었다.
옛 도심에 대한 그동안의 기사는 대부분 장사가 안 된다는 상인들의 푸념을 전하거나 자치단체의 무대책을 질타하는 내용이 많아 이런 보도가 오히려 옛 도심을 가망 없고 한물간 거리, 심지어 버려진 도심으로 비치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해당 지역 주민들 사이에 적지 않았다.
“정말 그런 거야?”
이런 화두를 안고 여기저기 발품을 팔아 보니 신도심에서는 볼 수 없는 ‘숨은 진주’가 적지 않았다.
전기줄 위의 참새, 스마일 떡볶이, 별난집, 호남필방, 대성음향, 청청현, 햇비, 솔파인, 곤계란 목로주점, 기신양복점, 대흥탁구장, 원조 선지국, 중앙시장 수선거리, 으능정이 문화의 거리….
옛 도심은 치열한 삶의 현장이자 멋과 여유, 추억이 묻어나는 곳이었다. 아울러 사업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곳도 많았다.
“그래, 그런 곳이 있었지. 그런데 지금도?”
시리즈가 계속되는 동안 독자들은 아련한 옛 도심의 추억을 되살려 냈다.
‘시리즈가 나오는 수 목요일이 기다려진다’고 인터넷에 글을 올리고 제보를 해 주는 독자도 있었다. “시리즈에 나온 곳을 지금 찾아가려 한다”며 밤늦게 위치를 묻는 전화가 기자나 신문사에 걸려오기도 했다.
‘추억’은 뭐니 뭐니 해도 옛 도심의 대명사이고 가장 중요한 관광 상품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한국철도공사의 ‘추억의 멜로디 7080 음악열차’나 충남 논산시와 육군의 ‘추억의 육군훈련소 병영체험 축제’에는 인파가 몰린다.
추억 못지않은 또 다른 관광 상품은 ‘학습’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강신겸 박사는 “수많은 농촌관광 프로그램은 도시민의 추억을 자극하기도 하지만 자녀들의 체험학습 욕구를 겨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중앙시장의 우산 시계 수리점에서 부모의 삶을 이해하는 동시에 검약을 배울 수 있다. 동구의 농기계 판매 수리 거리를 찾는다면 굳이 시골에 가지 않아도 농기계를 학습할 수 있다.
중앙시장이나 역전시장 등의 재래시장은 만물상 그 자체이다.
대전중앙시장상인회 김태원 운영위원장은 “지하철 완전 개통 이후 부모들이 도심 반대편인 노은동 등지에서 자녀의 손을 이끌고 찾아와 중앙시장 안내를 부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부모는 현재의 고객, 자녀는 미래의 고객”이라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옛 도심 활성화를 외쳐 온 대전시나 동구, 중구 등이 ‘추억’과 ‘학습’을 관광 상품으로 개발하려 노력해 봤는지 묻고 싶다.
“그런 시도는 아직 해보지 않았다”는 한 구청장의 고백처럼 그동안의 옛 도심 정책은 건물을 현대화하며 주차장과 도로를 정비하는 데만 치중됐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김성진 박사는 “보이지 않는 것(invisible)이 더 중요한 관광 상품일 수 있고 이를 스토리로 만들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며 “독일 로렐라이 언덕이나 덴마크의 인어공주 동상을 예로 들었다. 이들은 하이든의 시와 질허의 노래, 그리고 안데르센 동화가 없었다면 평범한 언덕과 동상에 불과했을 것”이라는 것.
이번 시리즈를 계기로 관계 당국이 옛 도심 활성화를 위해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다시 한 번 고민해 보기를 기대한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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