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연령별 심리학]<2>5세 아동 초기

  • 입력 2007년 6월 5일 03시 03분


《세 살 된 아이는 세 살답고 다섯 살 된 아이는 다섯 살다워야 한다. 다섯 살 아이에게 열 살배기 생각과 행동을 요구하거나 기대해서는 안 된다. 몇 년 전 미국에 있을 때 어린이 박물관에 간 적이 있다. 주위 모든 물건이 너무 커서 걸리버 여행기 속 거인의 나라에 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 방은 다섯 살 아이 눈높이에서 본 세상을 구성해 놓은 것이었다. 부모들이 보는 방식대로 아이들도 보고 느끼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게 해 준 박물관이었다.》

아이들이 크면 생각하고 느끼는 방식,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부모를 포함한 타인과 관계 맺는 방식의 변화가 뒤따른다. 따라서 양육 방식도 나이대별로 바뀌어야 한다.

발달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아이들의 ‘기발한 상상력’은 다섯 살 시기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인지적 특성’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이 시기 아이들은 ‘우정’ ‘추억’과 같은 추상적인 단어를 자신의 경험에 빗대 설명하고 우연히 일어난 사건을 서로 연관시킨다. 이런 특성 때문에 때로 생각이 기발하고, 새롭고, 상상력이 풍부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다섯 살 아이들이 세상을 보는 방식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자신의 관점과 다른 사람의 관점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를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상대방 처지를 고려하기보다 자기 생각대로 하려고 고집을 부려서 부모를 힘들게 한다.

다섯 살은 정서 및 사회성 발달, 기본적인 인격 형성에 매우 중요한 시기다. 이 시기에 너무 지적인 교육에만 치우치면 감성 지능(EQ)과 사회적 지능(SQ)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다.

아이와 이야기를 하거나 책을 읽을 때는 아이가 상대방의 감정이나 생각, 의도를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질문을 하는 것이 좋다. “왜 이 사람은 이런 행동을 했을까?”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까?”와 같이 한 가지 사건을 다양한 각도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질문과 설명을 해 줄 필요가 있다.

4세 이후부터는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는 두뇌 영역이 빠르게 발달하기 때문에 부모는 다양하고 풍부한 언어를 사용하여 아이의 말에 하나하나 반응하며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도록 격려해 줘야 한다.

이 시기는 우뇌의 기능이 발달하는 시기다. 좌뇌는 분석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담당하는 반면, 우뇌는 비언어적이고 통합적인 능력을 담당한다. 따라서 아이들이 직접 몸으로 부딪치면서 깨달을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음악이나 미술, 춤과 같은 예술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단,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고 창조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처럼 우리 뇌에서 집행자 기능을 하는 전두엽도 이 시기에 발달하는데, 전두엽의 발달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도록 격려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두엽이 발달하면 아이들은 충동적인 행동이나 감정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

다섯 살 아이들은 꿈을 현실인 것처럼 말하는 경우가 있다. 또 원하는 것, 갖고 싶은 것을 마치 현실에 있는 것처럼 말할 때가 있다. “우리 집에 강아지가 있어요”, “어제 놀이동산에 갔어요”라며 하지도 않은 것을 자랑으로 늘어놓기도 하는데 이는 거짓말인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과 공상을 구분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거짓말을 한다고 아이를 혼내지 말고 아이 내면의 욕구와 발달적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신민섭 서울대 의대 소아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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