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흡연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창의력을 높이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수입에 중요한 세원이 되는 등 순기능도 많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한 흡연자가 ‘국민건강증진법’이 위헌이라고 말하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했습니다. 이때 주요한 쟁점 중 하나는 ‘국민건강증진법이 비흡연자들만의 권익을 위한 것이므로 헌법상 흡연자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점이었습니다.
[1] 키워드 및 배경지식
우리 헌법은 제11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하여 평등권, 혹은 평등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평등’이란 대체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요? 평등의 본질에 관한 논의는 ‘절대적 평등설’과 ‘상대적 평등설’로 나뉩니다. 절대적 평등설은 모든 인간을 모든 점에서 똑같이 다뤄야 한다는 것이고, 상대적 평등설은 모든 인간을 똑같이 다루되 합리적 이유가 있을 경우에는 차별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즉 상대적 평등설은 ‘합리적 차별’을 뜻하는 것인데,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다뤄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생각해 봅시다. 어떤 대학에서 100명의 입학생을 선발하기로 하였는데, 200명의 수험생이 지원했습니다. 절대적 평등설에 의하면, 200명의 수험생을 모두 똑같이 다뤄야 하므로 200명을 모두 합격시키거나, 모두 불합격시켜야 합니다. 그러나 상대적 평등설에 의하면 200명 중 100명은 합격시키고 100명은 불합격시키는 차별이 가능합니다. 문제는 합격과 불합격의 기준이 과연 ‘합리적’인가 하는 점에 있습니다.
대학은 공부를 위해 입학하는 곳이므로 학업능력을 합격과 불합격의 기준으로 정했다면 ‘합리적 차별’일 수 있습니다. 만약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합격과 불합격을 나누었다면 ‘불합리한 차별’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농구선수를 선발하는 경우라면 어떨까요? 이때는 거꾸로 신체조건에 따라 선발하는 것이 ‘합리적 차별’이고, 학업능력에 따라 선발하는 것은 ‘불합리한 차별’이 될 수 있습니다. 이렇듯 ‘합리적 차별’인지 아닌지는 경우에 따라 다른 기준으로 판단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2] 헌법재판소 결정(헌법재판소 2004년 8월 26일)
헌법재판소는 위 사건에서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의 원칙은 절대적 평등이 아니라 상대적 평등을 뜻하므로, 합리적 근거가 있는 차별 내지 불평등은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하면서, 금연구역 지정은 국민의 건강과 ‘혐연권’(비흡연자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공공장소에서의 금연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을 보장한다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므로 평등권 침해가 아니라고 결정했습니다.
[3] 생각 키우기
흡연자들이 주장하는 흡연권의 핵심은 ‘사생활의 자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흡연은 흡연자뿐만 아니라 주변의 비흡연자들에게도 간접흡연의 피해를 주므로, 비흡연자들에게 혐연권이 인정된 것입니다. 혐연권은 비흡연자들의 ‘사생활의 자유’뿐만 아니라 ‘생명권’에까지 연결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흡연자들이 주장하는 ‘사생활의 자유’와 비흡연자들이 주장하는 ‘생명권’ 중에 어떤 것이 더 중요한 권리일까요? 생명이 유지되어야만 사생활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따라서 흡연자들의 ‘사생활의 자유’보다 비흡연자들의 ‘생명권’을 더 보호하기 위하여 금연구역을 지정하는 것은 흡연자들에 대한 차별이기는 하지만, ‘합리적 이유가 있는 차별’에 해당되는 것이 아닐까요?
[4] 더 생각해 봅시다
캠퍼스 내 여학생 흡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2001학년도 고려대 정시 구술문제)
[5] TIP
위 문제는 흡연권과 관련된 남녀차별의 문제를 묻고 있습니다. 남학생은 흡연을 해도 좋지만 여학생은 흡연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일까요? 흡연권의 인정을 성별에 따라 달리 하는 것은 합리적 차별일까요?
위와 같은 문제가 출제되는 경우, 우선 ‘평등은 합리적 차별을 뜻하는 것’이라는 점을 밝히고, 과연 그 차별이 합리적인 것인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구체적인 이유를 들어 주장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단순히 ‘흡연은 건강에 해로우므로 금해야 한다’라는 대답만을 하는 것은 문제의 중요한 논점을 놓치고 있는 것입니다.
임상철 인피데스 법률사무소 변호사
▶easynonsul.com에 판례 원문과 관련 논술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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