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초등생 논술 클리닉

  • 입력 2007년 6월 5일 05시 15분


코멘트
◎ 논제

몇 년 전 텔레비전에서 횡단보도 정지선을 잘 지키거나 고속도로 규정 속도에 맞춰 달리는 운전자를 찾아 칭찬을 해 주는 프로그램이 방송되었습니다. 사회의 법규나 규칙은 당연히 지켜야 하는 것이며, 오히려 지키지 않는 사람이 벌이나 비난을 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지켜야 할 것을 칭찬하는 일’에 대한 나의 생각을 400자 내외로 논술하세요.

■ 논제분석

이번 논제는 논제 분석 능력과 정확한 어휘 사용 능력을 판단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논제를 꼼꼼하고 차분하게 분석하지 않으면 ‘칭찬과 벌 가운데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인가’를 논하거나, ‘당연히 지켜야 할 것을 칭찬하는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문제로 잘못 풀어갈 수 있다.

사회의 법규나 규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벌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잘 지키는 사람을 칭찬하는 것은 이상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벌과 칭찬은 모두 같은 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벌은 올바르지 않은 행동이나 생각을 막음으로써 ‘잘 되도록’ 하는 방법이고 칭찬은 옳은 행동이나 생각을 권장함으로써 ‘잘 되도록’ 하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사회 법규나 규칙을 잘 지키도록 하기 위해서 벌과 칭찬이 모두 필요하다는 데에 동의할 것이다.

즉, 이번 논제에서는 ‘당연히 지킬 일을 칭찬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어떻게 칭찬하는 것이 효율적이며, 벌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를 따져보는 것이 필요했다. 당연한 일을 호들갑스럽게 칭찬하는 것, 반대로 당연한 일을 어겼다고 해서 지나친 벌을 주거나 비난을 하는 것도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칭찬이 지나치면 칭찬에 무디어질 수 있고, 벌이나 비난이 심하면 반감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잘 되도록’ 하려던 일이 오히려 일을 그르치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당연히 지켜야 할 것을 칭찬하는 일’에 대해서 ‘무엇을, 어떻게, 왜’ 칭찬하는 것이 좋은지 짚어 보자. 적절한 칭찬과 벌이 사회를 아름답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이번 논제를 논술하기 바란다.

핵심 연석
교과목 학년 연계 단원 논제와의 연계 요소
국어 4-2 첫째 마당-생각의 열매를 모아 글쓴이의 주장 알아보고 의견 말하기
국어 6-1 넷째 마당 - 의견을 모아서 알맞은 근거를 들어 내 주장을 분명하게 말하기

■ 핵심 키워드

▶텔레비전 계몽 프로그램

1996년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한 코너였던 ‘이경규가 간다’에서 자동차 운전자가 횡단보도 안전선을 지켜 정지하면 상을 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 방송은 많은 이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고, 한동안 정지선 지키는 것을 시민의식의 잣대로 여기기까지 했다. 마지막 인사를 ‘전 국민이 칭찬받는 그날까지, 칭찬합시다’로 했던 이 프로그램은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최근에도 여러 사람의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다.

▶칭찬과 벌

칭찬은 장점이나 착하고 훌륭한 일을 높게 평가하는 것이고, 벌은 잘못이나 죄를 지은 사람에게 고통을 주거나 좋은 기회나 환경을 가져가는 것을 말한다. 칭찬과 벌은 사람이 한 일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것이지만 결국에는 그 일을 더욱 잘 하도록 하려는 데 공통점이 있다. .

그러나 칭찬을 많이 받게 되면 자아 존중감이 생기고, 의욕적·자주적·긍정적인 사고와 좋은 습관을 갖게 되는 반면, 벌을 많이 받으면 일시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이 사라지는 효과가 있는 대신 부정적인 사고와 부적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 학생글

정수영·서울 난곡초등학교 5학년

처음 정지선을 만들었을 때 어떤 생각으로 그 선을 만들었을까? 그 선을 넘지 말아서, 건너가는 사람들과의 충돌사고를 되도록 줄이려고 만든 선이다. 그런데 요즘은 이 점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그것은 물론이고 이제는 규정 속도를 위반하기까지 한다. 이런 것을 지키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 칭찬을 받을 만한 일은 아니다. 우리는 당연한 것과 칭찬 받을 일의 사리분별을 정확히 해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그런 질서들은 몇몇 착한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꼬리표를 달기 마련이다.

나는 정지선과 규정 속도 같은 질서들을 칭찬 받을 만할 일이 아닌 누구나 지켜야 하는 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교통질서를 잘 지키는 사람을 칭찬하는 프로그램보다는 그런 질서들을 당연하게 여기도록 지도하는 프로그램이 생겨야 한다. 이처럼 칭찬과 당연함을 애매모호하게 하여 먼 미래에 갓길과 규정 속도를 넘나드는 폭주족에 가까운 자동차들이 판을 치는 그런 세상이 오지 않길 바란다.

곽수경·부천시 범박초등학교 6학년

사람들은 모두가 지켜야 하는 법규와 규칙을 조금만 지켜도 나에게 큰 이익이 되는 일을 귀찮다는 이유로, 마음이 바쁘다는 이유로 지키지 않아 단속에 걸리거나 내 생명뿐만 아니라 타인의 생명까지도 빼앗아 간다.

이런 일이 줄어들지 않자 방송에서는 당연히 지켜야 할 일을 잘 지키는 사람을 찾아내서 칭찬하는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이렇게 당연히 지켜야 하는 일을 칭찬하는 것은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사람들이 너무 안 지키기 때문에 잘하는 일은 칭찬으로서 본보기가 되는 셈이다.

부모님들도 자식이 잘하면 지금보다 더 잘하라고 칭찬해 주듯이 칭찬은 법규나 규칙을 잘 지키지 않는 사람들을 스스로 지켜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약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 총평

‘~않길 바란다’ 결론… 논술문에는 부적당

이번 논제는 당연히 지켜야 할 법규나 규칙을 준수하는 것을 칭찬하는 것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것이 목적입니다. 사회 법규나 규칙은 질서를 지키기 위해 만든 것입니다. 따라서 이를 어기게 되면 우리 사회에 무질서와 혼란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문제는 많은 사람이 이런 규칙을 어기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이번 논제는 이런 사람들에게 칭찬 프로그램이 주는 효과와 ‘기본을 지키는 것’에 대해 상을 주는 것에 대한 생각을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라는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논술하는 것이었습니다.

정수영 학생은 ‘당연한 것과 칭찬 받는 일’을 서로 구분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당연히 지켜야 할 규칙이나 규범을 지키는 일은 칭찬 받을 만한 일이 아니므로 칭찬 프로그램은 잘못 되었다는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오히려 지켜야 할 일을 당연하게 여기도록 지도하는 프로그램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여 비판에 대한 나름의 해결책까지 제시하였습니다.

그러나 결론에서 ‘그런 세상이 오지 않길 바란다’라고 의견을 피력한 것은 논술문의 결론으로 적당하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한 날카로운 비판 의식이 결론에서 약해지므로 ‘∼하자’ 또는 ‘∼해야 한다’라는 식의 확실한 자기주장으로 마무리해야 합니다.

곽수경 학생은 이러한 방송 프로그램이 생기게 된 원인을 꼼꼼히 분석하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칭찬 프로그램이 줄 수 있는 효과를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였습니다. 또한 부모님의 칭찬을 예로 들어 칭찬이 주는 영향에 대해 매우 설득력 있게 주장하였습니다.

내용은 짜임새 있게 잘 구성하였으나 문장이 길어져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습니다. 길고 복잡한 문장보다 말하고자 하는 바가 또렷이 드러난 간결한 문장이 주장을 전달하는 데 더욱 효과적입니다.

위 두 학생의 글에서처럼 논제에서 주어진 상황을 판단할 때 문제의 원인을 꼼꼼히 분석한 뒤,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아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정리하는 것은 좋은 논술문을 쓰기 위한 기본적인 자세입니다.

우미옥 고려독서논술연구소 씨앗열매 선임연구원

◎ 다음논제 써서 보내요

학교 급식은 학교나 학급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집니다. 어린이들 스스로 급식 방법을 정하여 운영하는 경우도 있고 선생님이 음식의 양, 급식 받는 순서 등을 지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선생님이 하는 급식 지도의 장단점을 생각하여 급식 지도가 왜 필요한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400자 내외로 논술하세요.

◎ 이 사이트로 보내세요

아래에 있는 ‘다음 논제 써서 보내요’에 대한 글을 다음 주 월요일까지 보내 주세요. 잘된 글 가운데 일부를 선정해 문화상품권을 보내드립니다. 글 보내실 곳: www.easynonsul.com→초등논술→논술클리닉(www.easynonsul.com/Primary/Clinic)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