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이사람/재소자 孝수기 펴낸 혜철 스님

  • 입력 2007년 6월 5일 06시 48분


“중죄인도 부모님 얘기엔 눈물 참회…새사람 만드는데 효만한 약 없어”

‘아버지를 원망하며 아버지라 부르지 않았던 저 때문에 14년을 가슴 아파했을 당신께 용서를 구합니다. 이제야 당신을 아버지라 부릅니다. 아버지….’(책 본문 중에서)

“어린시절에 맞은 의붓아버지를 인정하지 않고 비뚤어진 생활에 빠졌다가 결국 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30대 여자 재소자가 보낸 편지입니다. 그녀의 차가운 마음을 연 것은 바로 ‘효(孝)’였습니다.”

전국의 교도소 재소자들이 ‘효’를 주제로 쓴 편지와 수기가 한 권의 책으로 엮여 나왔다.

지난해 전국 51개의 교도소와 구치소 수형자들을 대상으로 효 편지와 수기를 공모한 충북 옥천군 옥천읍 교통리 태고종 대성사 주지 혜철(49·사진) 스님. 그는 이 가운데 30여 편을 골라 ‘길 누군가와 함께라면(부제 수용자의 편지)’이라는 책을 펴냈다.

1999년부터 청주교도소와 청주여자교도소 등에서 종교위원을 시작한 혜철 스님은 재소자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누구보다 부모를 그리워하고 못 다한 효도 때문에 반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지난해 말 처음으로 ‘효 편지’를 공모했다.

혜철 스님은 “용서받기 어려운 나쁜 짓을 저지른 중죄인이라도 부모님 얘기에는 모두 눈물을 흘리며 참회했다”며 “재소자들을 새사람으로 만드는 가장 큰 약은 ‘효’일 것”이라고 말했다.

1남 1녀의 가장으로 서른다섯의 비교적 늦은 나이에 출가한 혜철 스님은 스스로도 부모에게 할 도리를 못했다는 자책이 많았다. 그런데 고교 3학년이던 아들이 어느 날 불쑥 자기와 같은 길을 걷겠다고 선언하고 머리를 깎았다.

“출가하던 날 아들이 한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서운했지만 내가 출가하던 날 어머니의 마음이 어땠을지 상상이 가더군요.”

그날 이후 그는 교도소 재소자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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