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좌역 붕괴…30m가 마비시킨 3000km

  • 입력 2007년 6월 5일 19시 21분


30m 길이의 철로 지반 붕괴가 국토 혈맥 3000㎞를 이틀째 마비시켰다.

3일 발생한 서울 가좌역 철로 지반 붕괴사고로 5일까지 전국 철도가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KTX 새마을호 등 열차들의 60% 이상이 최고 2시간 가까이 지연 운행된 데다 일부 열차는 아예 운행이 취소돼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통근하는 직장인과 학생들의 대거 지각사태도 빚어졌다.

●가좌역 붕괴가 일으킨 '동맥경화'

5일 코레일(철도공사)에 따르면 4일 이용승객은 21만312명으로 지난 주 같은 날(5월 28일·24만8826명) 대비 15% 가량 줄었다. 열차 운행회수도 637회에서 606회로 감소했다.

서울역과 용산역을 출발하는 KTX등 340여 편의 열차의 정시 운행율은 30% 수준을 밑돌았으며, 나머지 열차들은 최고 2시간 반까지 운행이 지연됐다. 기관차가 한대만 달려 있어 한쪽방향으로만 운행하는 열차 27편은 운행이 취소됐다.

가좌역 한 곳의 철로 불통이 전국 철도 운행에 동맥경화를 가져온 이유는 가좌역이 고양차량기지와 수색역으로 통하는 유일한 길목이기 때문이다.

서울역과 용산역에 도착하는 KTX 열차는 가좌역을 지나 고양차량기지에서 점검을 받고, 새마을호 무궁화호 등 일반 열차들 역시 가좌역을 통과해 수색역에서 점검을 받은 뒤 U턴해야 한다. 하루 평균 고양기지에서는 KTX 44편, 수색에서는 일반열차의 기관차 70대와 객차 1108대가 점검을 받는다. 가좌역 철로지반 붕괴 이후 이들 차량이 갈 곳을 잃은 것이다.

이들 열차들은 용산역과 서울역의 빈 선로를 가득 메우고 쉬지 않고 두 역 사이를 오가고 있다.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열차에게 길을 내주기 위해 선로에 주차돼 있던 열차를 잠시 용산역으로 이동시키는가 하면, 용산역에 대기하던 열차를 다시 서울역의 지정된 출발 승강장으로 옮기기 위해 길목에 있는 다른 열차들을 두 역의 빈 철로를 찾아 이동시키느라 최고 2시간 넘게 운행이 지체되는 것이다.

시속 300㎞로 달리는 KTX의 경우 바퀴에 조금만 흠집이 나도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간이정비만 받고 운행하고 있어 사고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플랫폼에서 운행지연 안내방송

"가좌역이 끊어졌는데 왜 여수에 못 가느냐." 승객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무궁화호 열차로 용산역에서 온양온천역까지 통학하는 대학생 임철환(21)씨와 천안역과 홍성역 사이를 출퇴근 하는 교사 박 모(45)씨는 "무궁화호 열차의 운행이 예고 없이 취소되는 바람에 다른 열차를 기다리느라 이틀 연속 1시간 이상 지각했다"고 말했다.

여수행 무궁화호를 수 주 전에 예약하고 5일 오전 용산역을 찾은 주부 박순혜(56·여)씨는 "열차가 취소됐다"는 역무원의 말에 "가좌역 사고 때문에 여수에 못 간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며 "예약 승객에게까지 미리 공지를 하지 않은 코레일의 무성의에 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코레일은 "임시방편으로 운행이 중지된 무궁화호가 정차하는 역에 새마을호를 정차시키고 새마을호 탑승객에게 무궁화호 운임을 받기로 했다"며 그러나 "가좌역 복구가 끝나지 않는 한 정상운행은 구조적으로 불가능 하다"고 밝혔다.

사고대책본부는 "6일 오전 6시 상행선 개통, 오후 6시에 하행선 개통을 목표로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7일에는 모든 열차가 다닐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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