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국가재정법상 ‘예측할 수 없는 예산 외의 지출’ 등에 쓰이도록 돼 있는 예비비 운용의 적절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본보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제출된 현 정부의 예비비 명세를 5일 분석한 결과, 홍보처의 예비비 지출은 △2003년 18억3400만 원 △2004년 40억2500만 원 △2005년 75억7400만 원 △2006년 122억300만 원으로 매년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기자실 통폐합 및 전자브리핑 시스템 구축을 위해 이번에 의결된 예비비 55억4100만 원은 단일 사안에 대한 홍보처 예비비로는 규모가 가장 컸다.
이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확산’ 38억1100만 원(2006년) △‘정부의 부동산 대책 홍보’ 37억500만 원(2005년) △‘국정브리핑 웹메일 시스템 구축’ 36억200만 원(2006년)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예비비 명세만 놓고 보면 홍보처는 기자실 통폐합 문제를 한미 FTA 및 부동산 정책 홍보 등 국가적 사안보다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해석도 나올 수 있다.
반면 홍보처는 지난해까지 대통령의 해외 순방 시 언론 보도를 통한 대(對)국민 홍보를 위해 예비비를 들여 가면서 기자실 격인 프레스센터를 설치했다.
홍보처는 2004년 ‘해외 순방 계기 활용 홍보비’로 16억8400만 원의 예비비를 썼는데, 이 중 일부는 프레스센터 설치에 사용했다고 국회에 제출한 예비비 결산서에서 밝혔다.
올해 들어 홍보처는 현재까지 대통령 해외 순방 관련 홍보 예비비를 신청하지 않았다.
한편 홍보처의 ‘모호한’ 예비비 운용 방식에 대해 적절한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예비비는 일반 예산과 달리 국회가 승인한 총액 내에서 정부가 재량껏 사용한 뒤 이듬해 국회에서 결산 승인을 받으면 된다.
한양대 나성린(경제금융학) 교수는 “청와대가 밀어붙이는 기자실 통폐합이란 사안이 과연 예측할 수 없는 지출 항목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예비비가 아니라 국회의 승인을 받아 예산을 따 내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기자실 통폐합에 소요될 예비비는 역사상 가장 위법하고 부당하게 사용된 돈이 될 것인 만큼 내년도 국회 결산 시 승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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