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심규선]대선후보 교육토론서 확인할 것들

  • 입력 2007년 6월 7일 03시 00분


이틀 전 국무회의를 통과한 ‘국립대학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은 국립대의 틀과 체질을 바꾸려는 획기적인 법이다. 국립대를 국가에서 독립시켜 자율과 권한을 보장할 테니 책임도 함께 지라는 게 이 법의 정신이다. 국가가 물려 주는 젖병을 밀쳐 내고 온실 밖으로 나가 혼자 살아 보라는 뜻이다. 그러다 보니 이 법에 찬성하는 국립대는 아직 없다. 이런저런 이유를 대지만 내심은 변화가 두렵기 때문이다.

변화 갈망하는 암담한 교육 현실

또 하나 이 법에서 눈길을 끄는 것이 있다. 국립대 총학장 선출을 지금의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국립대 총학장 선출 방법은 1987년 민주항쟁 이전에는 임명제였고, 그 이후 차차 직선제로 바뀌었다. 스스로 쟁취했다는 자랑스러운 직선제가 20여 년 만에 누더기가 돼 불명예 퇴진의 위기에 몰린 것이다. 대학이 직선제를 지킬 만한 도덕성과 역량을 보여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립대 특별법 제정과 총장 직선제 폐지는 비록 대학 얘기지만 한국 교육 전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자는 대학도 ‘경쟁’ ‘효율’ ‘성과’를 요구하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거부할 수 없게 됐다는 뜻이고, 후자는 이상도 현실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대가 바뀌면 해법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교육 전반에 대한 논쟁이 뜨거워지는 계절이 돌아왔다. 대선후보들의 공약과 토론 때문이다. 내일 한나라당 대선후보들은 교육 문제를 놓고 일전을 벌인다. 범여권 주자가 부상하면 교육 논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그런 자리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주자들에게서 꼭 확인해 보고 싶은 것들이 있다. 구체적인 제도의 도토리 키재기 식 비교는 의미 없다.

첫째, 변화의 필요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현 정권은 입으로는 변화를 얘기하면서도 실제로는 변화를 거스르며 살고 있다. 대선주자들은 이 물줄기를 돌려놓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 줘야 한다.

둘째, 자율성과 수월성, 창발성에 대한 확신이다. 현장교육 위에 군림하는 행정기관과 각종 제도의 부당한 권위주의, 기계적 형평을 강요하는 인기영합주의, 붕어빵 인간을 양성하는 전근대적 교육관을 단호히 거부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셋째, 이상은 높게 갖되 현실을 존중하는 유연성을 확인하고 싶다. 이론적으로는 완벽하지만 수용하기 어려운 정책은 옳은 정책이 아니다. 현 정권은 교육 수요자의 자연스러운 욕구를 너무나 쉽게 부당한 이기심으로 치부해 왔다.

넷째, 모든 이해집단을 만족시키려는 대선주자는 리더로서 실격이다. 옳다고 생각하면서도 납득할 수 없는 반발이 무서워 눈치를 봐서는 될 일도 안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다섯째, 단기 성과를 기대하지 않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교육은 비닐하우스의 속성 재배가 아니다. 자기가 씨앗을 뿌리고 자기가 수확까지 거두려는 욕심은 교육을 고사시킨다. 제도의 성패를 평가하는 것은 입안자가 할 일이 아니라 제도의 수혜자인 학생들의 몫이다.

회생 위한 분명한 청사진 보여야

이런 원칙을 지키면 3불 정책 등 대학입시제도 개선, 대학법인화와 대학의 국제경쟁력 강화, 사학법 재개정 방향, 평준화 보완과 특목고 자사고 등 확대 여부, 사교육비 경감과 공교육 정상화, 교육 양극화 해소와 두뇌 유출 방지, 교원평가제와 교사의 자질 함양, 학제 개편과 교육행정의 개혁방향 등 실타래처럼 얽히고 꼬인 교육 난제들의 해결 방법도 자연스레 눈에 들어온다.

서울을 찾은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말했다. “공공교육을 실시하는 대부분 국가의 현재 교육제도는 과거 대량생산시대에 공장에서 제품을 찍어내는 사람을 기르는 데에나 적합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지금처럼 같은 연령대의 아이들이 모두 같은 수준의 교육을 동시에 받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교육의 변화는 피상적인 수준이 아니라 교육의 의미 자체를 바꾸는 데에 도달해야 한다.”

모든 대선주자는 토플러의 이 물음과 요구에 제대로 된 답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교육이 산다.

심규선 편집국 부국장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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