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땐 “원고 승소”… 변호사땐 피고 변론

  • 입력 2007년 6월 7일 03시 00분


부장판사 출신의 한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가 자신이 판사로 재직할 때 맡았던 사건과 관련된 사건을 수임했다가 변호사법 위반으로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 변호사는 판사 때는 해당 민사사건에서 원고 측에 승소 판결을 내리고 변호사로 개업한 뒤에는 당시 패소한 피고 측 변론을 맡았다.

6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판사로 재직할 때 맡았던 사건을 수임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기소된 A법무법인 대표 변호사 B 씨에게 최근 벌금 300만 원이 선고됐다.

2002년 8월 지방법원 부장판사를 끝으로 변호사 개업을 한 B 씨는 부장판사로 재직할 때 양모 씨가 한 기독교단협의회를 상대로 낸 ‘이사 선출 등 총회결의 무효 확인’ 청구소송 사건을 맡아 2001년 12월 원고인 양 씨 측에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B 씨는 2년 8개월 뒤 양 씨 등이 기독교단협의회를 상대로 낸 비슷한 사안의 소송에서는 기독교단협의회 측 변호인으로 활동했다.

양 씨 등은 B 씨가 판사로 있을 때 무효라고 판결한 총회결의가 있기 20여 일 전에 자신을 이사로 선임한 총회결의가 적법하다는 것 등을 확인해 달라는 소송을 2004년 8월에 냈고 이때 B 씨는 피고 측인 기독교단협의회 쪽 변론을 맡았다. 이 소송에서는 B 씨가 변론을 맡은 기독교단협의회 측이 이겼다.

B 씨는 자신이 수임한 사건이 판사 재직 때 맡았던 사건과는 별개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변호사법에서 수임을 제한한 사건은 판사 재직 때 직접 심리한 ‘바로 그’ 사건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며 “사건의 원인이 된 분쟁의 실체가 같다면 수임을 제한한 사건에 포함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변호사의 ‘수임 제한’을 규정한 변호사법 31조는 공무원으로서 직무상 취급한 사건은 수임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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