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산책/오동근]학부 졸업논문 공동작성 허용하자

  • 입력 2007년 6월 7일 03시 00분


대학 졸업을 앞두고 면학의 성과를 내놓을 시기다. 신문방송학과의 졸업논문은 미디어 분석이나 매체문화 비평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경영학과는 논문 대신 토익점수를 내도록 하며 이공계는 교수 앞에서 발표를 시킨다. 방식은 다르지만 부담은 매한가지다.

친구들에게 졸업논문을 얼마나 진행했느냐고 물어보면 하나같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제출 시한이 보름도 남지 않았는데 아직 주제를 정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논문 쓰기에 익숙하지 않아 어려움이 더 크다. 물론 논문작성법에 관한 강의가 있다. 주제를 정하고 개요를 짜는 등 연구과정은 물론 참고문헌 인용 방법까지 가르친다.

문제는 학생의 태도다. 배워봐야 소용없다,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는다면 차라리 영어 단어 하나 더 외우는 게 낫다는 논리다. 사정이 이러니 대부분은 학기 중에 과제로 제출한 내용을 재편집해서 졸업논문으로 낸다. 주제를 주면 논문을 대필해 주는 사이트를 이용하기도 한다.

일부 학과는 논문 제출을 요구하지 않고 졸업시험으로 대체한다. 학생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조치지만 여기에 대해서도 불만이 나온다. 논문이야 갖가지 편법으로 단기간에 준비할 수 있지만 시험은 편법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졸업논문을 찬밥 취급하는 것은 학생만이 아니다. 학과의 조교나 일부 교수조차 기한에 맞춰 쏟아지는 논문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가뜩이나 강의와 연구하기도 빠듯한 시간에 ‘수준 이하’의 글을 검토하자니 답답해서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파문을 계기로 연구윤리 부재와 논문 작성 실태의 부실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서울대는 연구윤리위원회를 발족해 연구물을 상시적으로 검증하도록 했다. 다른 대학도 논문의 내용뿐만 아니라 작성 경위와 방법을 철저히 감시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중이다.

하지만 학부 차원의 논문 관리는 느슨하지 않나 생각한다. 학생 개인의 도덕성에 호소하기보다 행정의 유연성을 살리는 방안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공동논문을 허용해 개개인의 부담을 줄이거나 학기 말에 집중된 논문 제출 시한을 넓히는 방안을 고려하면 어떨까.

오동근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4년 본보 대학생 명예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