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공사 책임자인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쌍용건설 등은 가좌역 일대 지반 붕괴의 가능성을 감지하고도 부분적인 보강공사만 벌였을 뿐 전면적인 안전진단과 공사 중단, 열차운행 중단 등의 조치를 고려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고 전, 보강 계획 세워=6일 쌍용건설이 공개한 한국철도시설공단의 ‘가좌 정거장 가시설 배면 지반 보강공사 시공계획서’에 따르면 사고 전 안전진단을 했던 감리단과 쌍용건설은 붕괴 지점을 포함해 가좌역 철로 인근 지반 156곳의 보강이 필요하다고 판정했다. “지하수 유출로 배면 지반 일부가 취약한 것으로 예상돼 보강해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 중 사고 지점을 포함해 82곳은 지하 10m까지 구멍을 뚫어 시멘트 등을 주입해 지반을 보강해야 할 곳이었고, 74곳은 2m가량의 구멍을 판 뒤 보강제를 주입해야 할 곳이었다.
이 계획서는 시공사인 쌍용건설이 지난달 29일 작성해 시설공단에 제출했으며 시설공단과 쌍용건설은 이에 대한 대책으로 사고가 나기 이틀 전인 이달 1일부터 인부 7명과 중장비 11대를 동원해 15일 공사를 끝낼 예정으로 보강공사를 시작했다.
사고 당일까지 모두 25곳의 보강공사를 마쳤으나 붕괴 지점은 포함되지 않았다.
▽지반 침하 언제부터?=지난달 21일 이번에 지반이 붕괴된 현장으로부터 180m 떨어진 선로 옆에서 코레일 산하 수색시설관리사업소 직원이 지반이 침하돼 생긴 깊이 5m의 구덩이에 빠진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 이후 감리단은 가좌역 일대 지반에 대한 안전진단을 벌였고 웅덩이와 선로 주변을 포함해 무려 156곳을 보강공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한편 사고를 조사하는 서울 마포경찰서는 코레일 수색시설관리사업소 소장 박모 씨가 “지난달 23일 한국시설안전공단 소속 박사 2명과 함께 지반 이상을 확인하고 감리단에 대책을 강구하라고 요구했으나 감리단장이 묵살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감리단장 홍모 씨는 “조사 결과를 묵살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코레일노조는 “수색시설사업소가 작성한 ‘하절기 대비 선로인접공사 안전대책’ 보고서에 1∼5월 34번의 선로 뒤틀림 교정 및 노면 정비 공사를 한 것으로 나온다”며 “이는 지반 침하 조짐이 1월부터 나타났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공사 관계자들이 붕괴 조짐을 사전에 확인하고도 신속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를 수사할 계획이다.
▽수색∼서울역 구간 일부 개통=코레일과 한국철도시설공단은 가좌역 임시 복구 작업을 6일 오전 5시경 마치고 이날 오후 2시부터 수색∼서울역 구간의 운행을 재개했다.
코레일 등에 따르면 이날 개통된 선로는 지반 붕괴로 못쓰게 된 선로 3개 중 상행선 하나. 이 선로를 통해 수색∼서울역 간 통근열차 8편(상행 4편, 하행 4편)을 6일 오후 2시부터 8시까지 운행했으며 7일부터는 출퇴근 시간에 맞춰 하루 14회(출근 8회, 퇴근 6회) 운행할 예정이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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