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싹트는 교실]32시간 토론 수업, 서울 종암중학교

  • 입력 2007년 6월 11일 03시 04분


서울 성북구 종암중학교 토론 특성화 사업으로 논술교육까지 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2학년 학생들이 토론수업실에서 부여 멸망을 주제로 ‘패널찬반토론’을 벌이고 있다. 박영대 기자
서울 성북구 종암중학교 토론 특성화 사업으로 논술교육까지 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2학년 학생들이 토론수업실에서 부여 멸망을 주제로 ‘패널찬반토론’을 벌이고 있다. 박영대 기자
《“부족연맹 국가인 부여에서는 왕의 권력이 미약해 중앙정부의 통제력도 약할 수밖에 없었어요. 왕권 약화가 부여가 멸망하게 된 결정적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지적입니다. 그렇지만 강력한 힘을 가진 고구려가 등장한 것이 더 중요한 이유가 아닐까요?” 이는 서울 성북구 종암1동 종암중 2학년생 40명이 ‘부여의 멸망’이란 주제로 벌인 토론의 일부다. 학생들이 6개의 조별 찬반 토론을 한 뒤 각 조의 대표 토론자가 전체 토론을 하는 ‘패널찬반토론’이었다. 사회를 맡은 학생이 중재에 나설 정도로 토론은 열기를 내뿜었다.》

○ 독서과제 통해 논술교육 절로

종암중은 올해 ‘토의토론’에 대한 특성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학생들이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도록 해 종합적인 사고 능력을 키워 주고 민주적으로 남을 설득하는 토론법을 가르치기 위해서다.

국어, 도덕, 사회 과목은 학기별 한 시간 이상 토론 수업을 한다. 2학년 국사는 단원이 끝날 때마다 토론 수업으로 마무리한다. 연간 32시간을 토론에 할애하는 셈이다. 토론 수업 이전에 독서를 하도록 과제를 내주기 때문에 자연스레 논술교육을 하는 효과도 있다.

2학년 김윤희(14) 양은 “토론 수업을 하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며 “친구들에게 말하는 연습을 자주 하다 보니 말하기 실력이 부쩍 느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종암토의토론연구회’를 만들어 월 2회 토의토론 수업 방안 및 수업 진행에 대한 세미나를 한다. 한 학기에 두 차례 토의토론 연수도 한다. 권수현 교사는 “토론을 위해 몇 배나 더 수업 준비를 해야 하지만 학생들이 토론을 계기로 학습 흥미가 높아져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 원어민 교사 3명 생생 영어수업도

이 학교에는 미국과 캐나다 출신 원어민 교사가 3명이나 있어 영어수업의 절반이 영어로 이뤄진다. 지난해 3월 부임한 박창배 교장은 성북구청을 설득해 예산 지원을 받았다. 서울시교육청과 성북구청이 각각 한 명분 인건비를 지원하고, 매점 수익과 학교 예산을 절감해 나머지 한 명의 인건비를 마련했다.

김진원 영어과 주임교사는 “이 지역에선 어릴 때부터 영어학원 등 과외로 원어민에게 영어를 배운 학생이 다른 지역에 비해 적다”며 “원어민 교사 덕분에 생생한 영어를 배울 수 있어 학생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처음엔 원어민 교사를 보고 쭈뼛거리던 학생들이 지금은 서툰 영어로라도 말을 건네려고 할 정도로 태도가 바뀌었다. 원어민 교사들은 학교 홈페이지에 직접 찍은 영어회화 동영상을 매주 올릴 정도로 열성이다. 박 교장은 “글로벌시대에는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표현하고 영어로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영어수업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종암중은 방과후와 토요휴업일에 이 지역 초등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영어강좌를 열어 인기를 끌고 있다. 여름방학에는 영어캠프도 열 계획이다.

종암중은 학력 신장을 위해 수학 과학 분야에 특기 적성이 있는 학생을 학년별로 15∼20명을 선발해 주 2회 ‘과학 수학 탐구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정규 수업에선 소화하기 어려운 심화 학습을 할 수 있어 인기다. 학부모 박미신 씨는 “여건이 다른 지역에 비해 좋지 않지만 학교에서 의욕적으로 가르치니 아이들도 열심히 공부하게 돼 학교에 대한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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