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하이킥]‘공부의 신(神)’출간 참여

  • 입력 2007년 6월 12일 03시 40분


유상근 씨가 친구들과 함께 낸 책 ‘공부의 신(神)’을 들고 서울대 정문 앞에 섰다. 그는 논술이 공식을 외우는 암기과목이 아니라 평소에 꾸준히 공부해서 제대로 이해한 것만 쓰는 정직한 과목이라고 강조했다. 최세미 기자
유상근 씨가 친구들과 함께 낸 책 ‘공부의 신(神)’을 들고 서울대 정문 앞에 섰다. 그는 논술이 공식을 외우는 암기과목이 아니라 평소에 꾸준히 공부해서 제대로 이해한 것만 쓰는 정직한 과목이라고 강조했다. 최세미 기자
“내 실력 7할은 시사주간지… 참신한 시각 쌓는데 최고”

단편영화를 찍었다. 록 밴드를 만들고 전자기타를 쳤다. 친구들과 술도 마셨다….

서울대 전액 장학생인 영문학과 06학번 유상근(20) 씨.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보낸 그의 중학시절은 여느 서울대생과 달랐다. 그가 마음을 다잡은 건 생각 없이 함께 노는 줄로만 알았던 친구들이 민족사관고, 외국어고에 줄줄이 합격하던 중학교 3학년 때였다. 열심히 놀 줄 알았던 그는 열심히 공부할 줄도 알았다. 마음을 잡고 난 뒤 유 씨의 성적은 전교생 580여 명 중 289등(중2)에서 40등(중3)으로 가파르게 올랐다. 그의 공부 원칙은 단 한가지였다. ‘나 스스로, 주도적으로 한다’는 것.

그는 수능시험 전국 0.001%안에 든 국내외 명문대생 9명의 공부전략을 엮은 책 ‘공부의 신(神)’을 펴낸 저자 중 한 명. 선배들의 수험 노하우를 전하는 무료 강의 사이트 ‘공신닷컴’(www.gongsin.com)에서 ‘공신(工神·공부의 신의 줄임말)’ 1기로 활동 중이다. 중고교 시절 영화와 연극 대본을 직접 썼다는 유 씨는 ‘공신’들이 인정하는 ‘논술의 신’이기도 하다.

○ 논술학원, ‘곰’보단 ‘여우’처럼 다녀라

“논술학원에 다니거나 대형 학원 인터넷 유료 강의를 듣는 건 학원에 돈을 고스란히 갖다 바치는 꼴입니다. 논술점수를 더 떨어뜨리는 길이에요.”

윤 씨가 이런 생각을 갖는 데는 이유가 있다. 논술시험은 그 사람이 오랫동안 쌓아 온 △사고의 깊이 △정보량의 깊이 △표현능력을 두루 평가하는 ‘정직한’ 과목이기 때문이다.

학원에서 나눠 주는 주제별 ‘모범답안’이나 두꺼운 고전서 한 권을 A4 용지 단 한 장으로 요약한 ‘요약본’은 논술시험에서 ‘약’보단 ‘독’이 되기 쉽다. 창의성을 중요 평가요소로 삼는 서울대 논술에서 모범답안을 그대로 베껴 쓴 문장과 예시는 점수만 깎인다. 예를 들어 890쪽짜리 플라톤의 ‘국가’를 한 장짜리 요약본으로 읽은 고등학생이 마치 책을 다 읽은 것처럼 논술에 인용한다면 그 답안은 진짜 내용과는 방향이 전혀 다를 수도 있다.

“대학교수들은 이미 그 책을 다 읽어 본 사람이에요. 그분들이 책 내용도 제대로 이해 못한 고등학생의 글을 보면 우습지 않을까요? 교수들이 고등학생에게 원하는 건 ‘잘 쓴’ 답안이 아니라 ‘여태껏 보지 못한’ 답안입니다. ‘올바른’ 사고를 보려는 게 아니라 ‘새로운’ 사고를 보려는 거니까요.”

그는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 직전까진 시사주간지를 빠짐없이 읽고, ‘계몽의 변증법’ ‘자본론’ ‘공리주의’ 같은 고전을 통독해 배경지식을 쌓았다. 논술시험 1개월 전부터는 학원에서 논술 쓰기와 첨삭 등 실전훈련을 쌓았다. 대형 논술학원이 수시나 정시 논술시험 한 달 전에 여는 실전특강은 출제경향, 표기법, 개요쓰기, 첨삭 등을 배울 수 있어서 유용했다. “논술학원에 끌려 다니지 말고,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학원을 지혜롭게 이용하라”고 그는 조언한다.

○ 답을 상상하기보단 문제를 상상하라

“제 논술 실력의 7할은 시사주간지가 키워 준 거예요.”

유 씨는 고등학교 3년간 정기 구독한 시사주간지를 논술시험의 일등공신이라고 했다. 객관적 사실과 논평, 사회에 끼칠 파장, 박스기사로 된 뒷이야기까지 하나의 이슈를 2, 3쪽에 걸쳐 통으로 꿰고 있는 것이 시사주간지의 특징. 시사 상식은 물론 논리적 글쓰기를 익힐 수 있다. 재미난 기사가 많아 기분전환에도 좋다. 두꺼운 독서월간지는 다 읽지도 못하고 미뤄 놓기가 일쑤라 오히려 ‘숙제’처럼 부담감만 줄 수 있다.

유 씨는 사회적 이슈를 체계적으로 풀어낸 분석 기사나 처음 보는 신선한 시각의 기사는 ‘논술에 써먹으려고’ 따로 오려뒀다. ‘읽은 내용을 답안으로 요구할 만한 논술 문제가 나온다면 어떤 문제가 나올 수 있을까’를 역(逆)으로 유추해 보았다.

유 씨는 ‘주류 문화와 비주류 문화’에 대한 의견을 물었던 서울대 구술면접에서도 마침 며칠 전 오려 둔 시사주간지 기사 한 토막을 인용했다. 한 인디 밴드가 지상파 생방송 음악프로그램에서 성기를 노출했던 사건을 예로 들었다. “프로이트의 심리학 이론에 의하면 억압된 욕망은 괴물의 형태로 나타난다”고 기사 내용을 인용하면서 “사건 발생 뒤 당시 서울시장이 인디밴드들의 ‘블랙리스트’를 만들기로 한 결정은 ‘비주류 문화를 발굴하고 이끌어야 할 주류 문화의 역할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당시 구술면접 전에 기사를 다시 읽으면서 ‘이 기사는 사회의 권력관계에서 작용-반작용 현상이나 대중문화의 균형이라는 테마에 인용할 수 있겠구나’라고 미리 생각해 둔 것이 큰 도움이 되었어요.”

책을 읽는 때는 요약본을 보면서 이것저것 ‘잡식’하지 말고 한 권을 읽더라도 끝까지 읽는 게 좋다. 유 씨는 자기 수준보다 어려운 책을 붙잡고 ‘한 문장 한 문장 치열하게 고민하고 넘어간다’는 생각으로 읽었다. 생각해 볼 만한 문구에는 반드시 밑줄을 그었다. 책 여백에는 ‘내 생각과 다른 점은 이것이다’, ‘현실에선 이렇게 적용해 볼 수 있다’, ‘이 부분은 유치한 표현이다’ 식으로 생각을 자유롭게 메모했다. 이렇게 해서 그는 고교 1, 2학년 때 매달 5, 6권을 읽었다.

책은 널리 알려진 고전 가운데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이나 유명 작가의 대표작만을 고를 수도 있고 ‘서울대 고전 100선’처럼 채점 교수들이 널리 인정한 고전 목록을 참조해도 좋다고 유 씨는 조언했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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