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근로자 실제수입 감소” 勞“노동3권 완전 보장해야”

  • 입력 2007년 6월 14일 03시 08분


《‘특수형태 근로종사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다음 주 중 입법 예고되면 2001년 7월 대통령 자문기구인 노사정위원회에서 시작한 특수근로자 보호에 대한 논의가 6년여 만에 사실상 마무리된다. 하지만 입법 과정에서 재계와 노동계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 실제 시행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특수근로자의 ‘근로자적 성격’ 인정

특수근로자는 현행법상 자영업자로 분류돼 노동 관련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하지만 노동부는 특수근로자라도 근로자로서의 속성을 인정해 노동조합법 등을 근거로 보호할 여지가 있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이번 특수근로자 보호법 제정안에 노동기본권 관련 조항을 대거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은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노동 3권을 모두 허용하기로 했다. 또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레미콘 운전사에게는 단체행동권을 제외한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허용할 방침이다. 캐디보다는 회사에 대한 ‘종속성’이 다소 낮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법 제정안의 내용에 대해 재계와 노동계는 모두 불만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골프장업계는 이미 캐디 인원 축소를 검토 중이다. 보험업계는 보험설계사를 위해 지급하는 4대 보험 등의 부담이 사업비에 전가돼 보험료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최근 보고서에서 “특수근로자가 근로자로 분류되면 회사의 인건비 지출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근로자로서 내야 하는 세금도 늘어나 개인의 실제 수입은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근로 형태에 상관없이 모든 특수근로자들에게 노동 3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특수근로자 보호 2차 대책

이번 법률 제정안 마련에 앞서 정부는 지난해 10월 공정거래법과 보험업법 등 경제 관련법을 손질해 특수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1차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1차 대책의 주요 내용은 △특수근로자에 대한 산업재해 보험 적용(공통) △불법 상품판매 강요 금지(보험설계사) △회사 홍보 강요 및 교육비 대납 금지(학습지 교사) △부당 계약해지 금지(레미콘 운전사) 등이었다. 그러나 1차 대책 발표 뒤에도 노동계는 특수근로자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노동 3권을 보장해 줄 것을 요구해 왔다.

따라서 이번 법 제정안은 정부가 노동계의 요구를 대폭 수용한 2차 대책의 성격이 강한 셈이다.

2차 대책에서 직접적인 보호 대상으로 언급되지 않은 퀵서비스 배달원, 화물차 운전사, 덤프트럭 운전사, 대리운전사 등에 대해 당장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골프장 캐디나 보험설계사 등에 비해 최근 생긴 직종이어서 실태 조사가 부족한 데다 근무 기간도 짧아 단결권 등을 부여해도 실익이 적다는 것이다.

○‘정치논리로 강행’ 지적도

노동부가 이번 특수근로자 보호법 제정안을 마련하면서 경제 부처와 경제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정치논리에 따라 강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 부처의 한 관계자는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무리한 정책이란 점을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주무 부처인 노동부에 전혀 먹히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삼성경제연구소 손민중 수석연구원은 “기업들이 고용 총량을 줄이거나 임금 상승폭을 최소화하는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며 “인력 운영의 자율성을 해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고용 부담에 따른 비용 증가뿐만 아니라 소득이 일정치 않은 특수근로자의 일자리가 급감해 경제의 한 축이 활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다.

사실 특수근로자에게 노동 3권을 보장한다고 해서 기업들이 실제 지출하는 비용 부담은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과거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최저임금제 도입 이후 경비원이 대거 해고된 것처럼 특수근로자 고용 규모는 법 제정 이전보다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단국대 김태기(경제학) 교수는 “노동부가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부작용이 따르는 법을 무리하게 도입하려는 것 같다”며 “이대로 입법화되면 전체 노동정책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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