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적 느낌만으론 성희롱 해당 안돼"

  • 입력 2007년 6월 15일 18시 08분


당사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는 주관적 느낌만으로는 '성희롱'이라고 볼 수 없으며, 객관적으로 일반인 입장에서 볼 때 당사자가 성적 굴욕감이나 수치심을 느낄 정도의 언행이어야 '성희롱'에 해당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또 행위자의 성적 동기나 의도가 없었더라도, 문제가 되는 행위가 이 같이 객관적으로 당사자가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정도면 '성희롱'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회식 자리에서 여교사에게 "교장선생님께 한잔 따르지"라고 말한 초등학교 교감 김모 씨의 행위에 대해 15일 "성희롱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지방의 한 초등학교 교감으로 부임한 김 씨는 2002년 교장과 동료 여교사 3명, 남자 교사 3명 등과 함께 회식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남자 교사 1명이 먼저 교장에게 술을 따른 다음 교장이 여교사 3명의 소주잔에 맥주를 따랐고 나머지 참석자에게는 소주를 따른 다음 건배를 제의하고 술을 마셨다.

잠시 후 교감 김 씨는 여교사들에게 "잔 비우고 교장선생님께 한 잔씩 따라 드리세요"라고 했으나, 여교사들이 별 반응이 없자 술을 따르도록 거듭 권유했다.

이에 여교사 2명은 교장에게 술을 권했으나 A 교사는 거부 의사를 나타내다가 식사를 마칠 무렵 교장으로부터 술을 한 잔 더 받은 뒤 맥주를 따랐다.

A 교사는 며칠 후 여성부 남녀차별시정위원회(현 국가인권위원회로 통합)에 진정했고 여성부는 교감 김 씨의 행위를 성희롱으로 보고 시정조치를 권고했다. 이어 김 씨는 남녀차별시정위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김 씨의 발언은 교장에게서 술을 받았으면 답례로 술을 권해야 한다는 차원으로 보인다"며 "여교사 3명 중 2명은 김 씨 발언에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지 않았다고 진술하는 등 발언 동기나 상황을 종합할 때 김 씨 발언을 성희롱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조용우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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