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은 정부의 제재를 받지 않으려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불과 5개월 앞둔 시점에서 내신 수능 논술 등 대입 전형요소의 실질반영비율을 전반적으로 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수험생의 혼란이 우려된다. 우수 학생이 많은 특수목적고 등은 내신 불이익을 우려해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교육부총리와 과학부총리, 정보통신부 산업자원부 보건복지부 농림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학입시 관계 장관 회의를 열고 내신 실질반영비율을 낮추는 대학에 재정 지원 사업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대입 전형 방식에 대한 관계 장관 회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이날 “2008학년도 대입 제도의 취지에 반하는 전형을 시행하는 대학에 대해 6개 부처가 시행 중인 23개 대학 재정 지원 사업(연간 1조5875억 원 규모) 지원을 내년부터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이날 “대학들이 전형요소의 기본 점수 및 반영 방법을 조정해 명목반영률이 실질반영비율과 다르다는 논란이 있었다”면서 “내신의 명목 및 실질반영비율을 최대한 같게 하고 반드시 9등급으로 나눠 내신을 반영하라”고 요구했다. 교육부는 내신을 50% 이상 반영하도록 대학에 요청해 왔다.
2008학년도부터는 수능 성적이 등급으로만 제공돼 변별력이 떨어지는 가운데 내신 실질반영비율이 높아지면 우수 고교의 재학생들은 내신에서 불리해질 것으로 보인다.
종로학원 김용근 평가이사는 “상위권 학생들은 수능 등급이 비슷하고 논술고사는 비중이 낮아 내신 등급이 낮으면 점수를 만회할 방법이 없다”면서 “과학고 외국어고 등 우수 학생이 많은 학교에선 일반고로 전학하거나 자퇴 이후 검정고시를 치르려는 학생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정시모집에서 1, 2등급을 모두 만점 처리하겠다고 발표한 서울대에 대해 “원칙적으로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으나 입시 결과를 보고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영정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은 “교육부로부터 서울대의 특성을 고려할 때 1, 2등급을 합쳐도 문제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1, 2등급 동점 처리 방안을 유지하겠다”고 밝혀 결과가 주목된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