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들 ‘내신 실질반영’ 보완책 고심

  • 입력 2007년 6월 19일 03시 02분


“방학이 더 바빠”18일 서울 연세대 캠퍼스에 여름방학 특강과 워크숍 등을 알리는 다양한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취업난 때문에 요즘 대학 캠퍼스는 방학 중에도 계절학기를 듣거나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로 붐빈다. 김미옥 기자
“방학이 더 바빠”
18일 서울 연세대 캠퍼스에 여름방학 특강과 워크숍 등을 알리는 다양한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취업난 때문에 요즘 대학 캠퍼스는 방학 중에도 계절학기를 듣거나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로 붐빈다. 김미옥 기자
정부가 학교생활기록부(내신) 실질반영률을 높이라는 압박의 강도를 높이자 주요 대학들은 내신의 비중을 높이면서도 수험생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전형안을 마련하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대학들은 재수생 비교내신제, 논술, 대학수학능력시험 반영 등급 등을 세밀하게 조정하면 제한적인 범위에서나마 변별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완책 찾는 사립대=경희대 건국대 인하대 단국대 아주대 홍익대 등 6개 대학 입학처장들은 18일 오전 서울시내에서 조찬 모임을 갖고 대책을 논의한 자리에서 “내신 실질반영비율을 50%까지 높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학 입학처장은 “내신 실질반영비율을 30% 이상으로 높여도 사실상 내신만으로 선발하게 된다”며 “수도권 20개 대학의 경우 실질반영비율을 15% 이상 반영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들은 내신 실질반영비율을 높일 경우에 대비해 △재수생 비교내신 확대 △대학별고사 난도 강화 △수능 반영 등급 세분화 등도 검토하고 있다.

주요 대학들은 내신을 만회할 수 없는 재수생을 위해 수능 등급에 비례해 내신을 산출하는 비교내신제를 적용해 우수 학생을 뽑는다는 복안이다. 교육부도 재수생들이 고교생일 때는 성적 부풀리기가 가능한 평어(수우미양가)로 학생부에 기재한 만큼 비교내신제를 적용해도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2008학년도 정시모집 비교내신제 적용 현황
확정삼수생 이상 적용서울대
고려대(수시모집은 재수생 이상 논술에 의한 비교내신 적용)
미확정재수생 적용 검토경희대 동국대 중앙대 한국외국어대 한양대 홍익대
미확정재수생 미적용 검토건국대 단국대 서강대 숙명여대 이화여대
미확정방침 미표명성균관대 연세대

또 논술이나 구술면접의 난도를 높여 변별력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A대 입학처장은 “논술 출제 경험이 쌓여 교육부의 논술 가이드라인을 지키면서 어렵게 출제할 수 있다”면서 “현실적으로 가장 쉬운 방안”이라고 말했다.

김용근 종로학원 평가이사는 “각 대학이 수능 등급을 반영할 때 영역별 가중치나 과목 조합 등을 다양하게 하면 등급을 세분화할 수 있다”면서 “교육부가 획일적으로 내신 실질반영비율을 높이라고 하면 대학마다 더 복잡한 대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퇴? 전학?” 수험생 동요=최근 수험생 입시학원과 인터넷 카페에는 자퇴나 재수 등에 대해 문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외국어고 과학고 자립형사립고 등은 1, 2학년생이 대거 자퇴하거나 전학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현재 고교 3년생은 자퇴 시한을 넘긴 상태다.

서울의 한 외고 관계자는 “1, 2학년들이 동요할까봐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수험생 회원이 20만 명인 한 카페에는 ‘지금 자퇴 생각 중입니다’ ‘자퇴하고 검정고시 보자’는 등의 글이 많이 올라 왔다.

한 회원은 “내신이 4등급 정도인데 자퇴할 수밖에 없다”고 했고, 또 다른 회원은 “담임교사와 자퇴에 대해 상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연세대 “내신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연세대가 입시설명회에서 학교생활기록부(내신)를 무시하는 듯한 방침을 밝혔다. 이는 서울대가 내신 1, 2등급 만점 처리 방침을 고수한 데 이어 나온 것으로 다른 사립대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 입학처 관계자는 18일 서울 한성과학고에서 학생 학부모 교사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입시설명회에서 “교과(내신)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교과와 수능을 각각 40%씩 반영하는 정시모집 일반전형을 소개하며 “교과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수능이 (당락을) 좌우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2학년생을 상대로 한 수시 2-1차 조기졸업자 전형(교과 40%+서류 30%+면접 30%)에 대해 “교과는 (지원자의 성적이) 고만고만하니까 고민하지 않아도 되며 심층면접만 잘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발언의 취지를 묻는 질문에 “교육인적자원부의 방침을 따르지 않겠다는 말은 아니다”면서 “입시설명회 뒤에 개별적으로 질문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에게는 ‘내신에 대해서는 아직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매년 20∼30명의 한성과학고 출신 입학생을 유치하고 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교육부 “원칙 어기면 예외없이 제재”▼

2008학년도 대학입시에서 학교생활기록부(내신) 실질반영비율을 둘러싸고 교육인적자원부와 서울대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18일 청와대와 정책 협의를 한 교육부가 강경한 방침을 재천명했다.

황인철 교육부 대학지원국장은 이날 청와대에 들어가 내신 반영 문제를 협의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논란은) 서울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전체 대학의 문제를 살펴보고 교육부와 대책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황 국장이 청와대에 다녀온 뒤 김규태 교육부 대학학무과장은 “정부 방침에 후퇴나 변경은 있을 수 없으며 대학이 실질반영비율을 지키는 것 외에는 어떤 타협도 없다”면서 “원칙대로 서울대를 제재할 수밖에 없고 다른 사립대도 원칙을 어기면 예외 없이 제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영정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은 이날 “서울대는 (정부의) 제재를 받더라도 올해 입시안을 바꾸는 일은 절대로 없다”면서 “앞으로 입시안 변경이나 (교육부에 대한) 추가 대응은 없을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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