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19일 서울고법 형사10부(수석부장판사 이재홍) 심리로 열린 정 회장의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1심 재판부는 비자금 조성 당시 경영 사정상 불가피한 면이 있다고 정상을 참작했지만, 비자금 규모가 1000억 원대에 이르고 이로 인해 한국 기업의 대외 이미지가 크게 손상됐기 때문에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공판에서는 임종원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가 변호인 측 재정증인(在廷證人·미리 증인으로 신청돼 소환된 것이 아니라 법정에서 선정된 증인)으로 나와 실형선고로 정 회장이 구속됐을 때 현대차그룹과 한국경제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 진술했다.
임 교수는 "실형선고로 정 회장의 '유고' 상황이 생기면 기아차 부도 사태 이상의 위기를 맞을 것"이라며 "그룹이 존망의 위기를 맞을 것이고 국부손실도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지금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데 그러면 김 회장도 실형선고로 구속되면 그룹에 그런 악영향이 미친다는 것이냐. 어느 기업이나 사정은 다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 현대차그룹과 한화그룹이 뭐가 다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임 교수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 면에서 현대차그룹과 한화그룹은 차이가 상당하다"고 대답했다.
재판부는 또 임 교수에게 "오히려 앞으로는 전문 경영인 체제로 가는 게 맞는 것 아니냐"고 물었고, 임 교수는 "(전문 경영인 체제로 가기에는) 아직 한국 자동차 산업의 독립성이 약하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 측이 "1조 원 사회환원 약속으로 정 회장이 실형을 면한다면 형사재판의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하자 재판부는 "사회봉사명령이라는 것도 있는데 개인의 노동력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재산과 아이디어로 할 수 있는 사람도 있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선고공판은 다음 달 10일 오후 3시.
이종석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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