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2003년 방폐장 반대 부안군민 대인기피 등 후유증 심각

  • 입력 2007년 6월 25일 06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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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 용지선정 과정에서 찬반 세력 및 공권력과 심각한 갈등을 겪었던 전북 부안 주민들이 ‘경제적인 어려움’과 ‘대인 기피 및 불신’ 등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조사관과 임상심리사, 전문상담원 등은 22일과 23일, 부안수협과 계화면에서 주민 100여 명을 대상으로 방폐장 용지 선정과 새만금 간척사업이 주민에게 미친 영향, 사업 추진과정의 상처, 정신적 외상(트라우마) 및 후유증 등을 설문조사와 상담을 통해 파악했다.

군민들은 방폐장 사태 당시 1년 가까이 생업을 포기하며 투쟁에 참여한 데다 이후 지역경제가 침체되고 정부의 허술한 보상으로 생활비와 치료비, 사업재개 비용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한 정신과 전문가는 “이곳에 오기 전에는 주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가 ‘명예회복’이라고 들었는데 실제 상담을 해보니 가장 큰 애로사항은 경제적인 어려움이었다”며 “직업이 없어 떠돌이 생활이나 막노동으로 생계를 잇고 병원비가 없어 치료조차 잘 받지 못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상담자 대부분이 분노 회피 악몽 등 전형적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호소했으나 그리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부안읍내에서 주민들을 면담한 이세라(26) 씨는 “주민 대부분이 방폐장 사태 때문에 직간접 피해의식이 컸다”며 “면담자들은 대인관계 기피 및 불신을 가장 어려움으로 꼽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주민들이 방폐장 사태 당시 다른 성향을 보인 군민은 물론 같은 성향의 사람도 ‘만나기 싫다’거나 ‘보기가 꺼림칙하다’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날 상담에는 방폐장 유치를 찬성했던 주민들은 거의 참여하지 않아 여전히 주민들 사이에 남아 있는 앙금을 드러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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