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입시제도로도 16%까지 ‘배려’ 가능

  • 입력 2007년 6월 27일 03시 00분


청와대에 모인 대학 총장들2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학 총·학장 152명이 김신일 교육부총리의 ‘고등교육의 전략적 발전 방안’에 대한 보고를 듣고 있다. 김경제  기자
청와대에 모인 대학 총장들
2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학 총·학장 152명이 김신일 교육부총리의 ‘고등교육의 전략적 발전 방안’에 대한 보고를 듣고 있다. 김경제 기자
《교육인적자원부의 ‘고등교육의 전략적 발전방안’에서 2009학년도 대학입시부터 소외계층을 별도 선발하는 기회균등할당제를 신설하겠다는 것이 가장 눈에 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교육을 제대로 받을 기회가 없는 저소득층에 고등교육 기회를 준다는 취지지만 기존 특별전형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내용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새로운 정책 vs 그럴듯한 포장=교육부는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위한 대입 특별전형을 현재 정원 외 3.9% 수준에서 2009년에는 11%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소한의 수학 능력을 갖춘 학생들을 대학이 자율적으로 선발하되 시험 성적보다는 잠재능력과 소질 등에 초점을 둬서 전형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기회균등할당제 혜택 대상을 6만4000명 정도로 잡고 있다. 이 제도로 입학한 학생은 기초생활수급자 자녀(2만6500명)이면 입학 후 2년간 전액 장학금을, 3학년부터는 성적이 평균 B학점 이상이면 전액 장학금을 주기로 했다.

각 대학은 지금도 소외계층을 위해 사회적 배려대상자를 위한 특별전형을 실시하고 있다. 20007학년도에 이런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은 모집정원 내 4033명과 모집정원 외 1만4804명으로 전체 신입생의 5%였다.

대학은 농어촌 특별전형 4%, 전문계고교출신자 특별전형 3%, 재외국민 특별전형 2%를 정원 외로 선발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전형을 합치면 9%다. 2008학년도 입시부터 전문계고교출신자 특별전형의 정원을 3%에서 5%로 늘릴 계획이어서 2008학년도에는 11%가 된다.

이들 특별전형을 모두 합치면 16%가 되기 때문에 교육부가 2009학년도부터 기회균등할당제로 모집정원의 11%를 선발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해도 규모면에선 새로울 게 없다. 이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에게 장학금 혜택을 준다는 게 다를 뿐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정책으로 내놓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 경쟁력을 중시하는 대학교육에서 사회적 배려를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수월성교육을 해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정원 외 특별전형과 사회적 배려대상자 정원 외 전형을 합쳐 실제 입학한 학생은 모집정원의 10%를 약간 넘는 수준”이라며 “이들 전형을 통합하고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하면 저소득층이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외계층 전형 문제점=대학은 소외계층에 대한 특별전형으로 선발한 학생들이 학력이 떨어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장무 서울대총장은 “이런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은 학습능력이 떨어진다”면서 “이런 제도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양대 차경준 입학처장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정책에 반대하진 않지만 소수라도 제대로 교육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런 점을 감안해 기초 학습능력 향상 프로그램을 대학별로 개설하고 한 학생이 8개월간 2개 과목을 배울 수 있도록 매년 60만 원씩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일정 수준 이상의 교육여건을 갖춘 대학’에만 이 전형을 실시하도록 할 방침이다.

기회균등할당제를 도입되면 수도권이나 대도시 대학들이 혜택을 보기 때문에 지방대의 경우 학생 모집이 더 힘들어질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영산대 부구욱 총장은 “기회균등할당제 인원을 정원 외로 모집하면 학생들은 세칭 일류대로만 몰려 대도시 대학으로 집중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중심대학 육성=교육부는 수도권 5곳, 지방 5곳에 세계 200위권에 드는 연구중심 대학을 육성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는 이미 김진표 전 교육부총리가 발표한 내용이다.

교육부는 내년에 고등교육 재정을 3조7000억 원에서 4조8000억 원으로 확대하고 2009년 이후에는 연간 2조 원을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재원조달 계획은 7월 중 발표하도록 하겠다”며 정부 의지가 확고함을 강조했다.

대학 총장들은 “역대 정부가 고등교육재정 확충을 약속했지만 지켜진 적이 없었다”며 “이번 정부가 1조 원을 확충키로 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며 실제로 시행되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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