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들 “정부 너무 일방적” 조목조목 성토

  • 입력 2007년 6월 30일 03시 00분


2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25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김신일 교육부총리(오른쪽)가 최현섭(강원대 총장) 한국국공립대학교총장협의회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홍진환 기자
2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25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김신일 교육부총리(오른쪽)가 최현섭(강원대 총장) 한국국공립대학교총장협의회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홍진환 기자
■ ‘2008 대입안’ 집단 반발

전국 사립대 총장들이 내신 실질반영비율 50% 확대 등 최근 교육인적자원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건의서를 29일 채택하는 등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가자 교육부는 “내신 반영비율 확대 등을 유연하게 검토하겠다”고 한 발 물러서 갈등이 봉합될지 주목된다.

▽“올해 입시 50% 적용 재고해야”=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는 2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하계총장세미나에서 분과회의를 열고 교육부의 내신 확대방안 등을 비판했다.

총장들은 “내신 반영비율을 갑자기 50%까지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는 만큼 점차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시간을 두고 고민해야 할 입시안을 두 달 안에 내놓고 2009학년도 전형계획도 8월 말까지 내라는 것은 너무 일방적이다”고 비판했다.

사립대학총장협의회 부회장인 김문환 국민대 총장은 “대통령이 2008 대입제도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있다고 했지만 ‘선언적’ 합의일 뿐 ‘구체적’ 합의는 없었다”며 “수능은 등급으로 묶어버리고 내신은 세분화해 비중을 높여 반영하라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지방 사립대 총장들은 기회균등할당제를 제고할 것을 요청했다. 이들은 “이 제도가 수도권대학 집중 현상을 가져와 지방대가 피해를 본다”며 “지방대는 구조조정을 하며 정원을 줄이는데 수도권 대학은 정원을 늘릴 수 있게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한 지방 사립대 총장은 “기회균등할당제를 하면 전국 대학이 매년 1만6000명을 더 뽑게 된다”며 “이는 1000명 정원인 16개의 지방대가 문을 닫게 되는 것과 같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교육부 ‘당혹’=이날 모인 전국 140여 개 대학총장들은 오후 3시부터 ‘김신일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의 대화’ 자리를 마련해 재정지원과 대입전형계획에 대해 1시간 동안 토론했다.

이 행사는 갑자기 비공개로 바뀌었다. 대교협은 “원활한 토론을 위해서 총장들이 요청했다”고 밝혔지만 앞서 26일 노무현 대통령이 총장들과의 토론회에서 “일방적으로 훈계했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해 비공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선 내신 반영비율과 전형계획 제출시기, 기회균등할당제 등을 두고 부총리와 총장들 간에 설전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총장들이 “내신 반영비율을 당장 50%로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8월 20일까지 제출하는 것도 무리다”고 성토하자 김 부총리는 곤혹스러워하면서도 “대학들이 창구를 통일해 교육부에 건의하면 고려해 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대학 반발에 교육부 한발 물러나=사립대학총장협의회장인 손병두 서강대 총장은 “앞으로 대교협을 창구로 해서 교육부와 모든 현안을 조율하기로 했다”며 “교육부도 대교협이 의견을 모아 오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손 총장을 비롯한 협의회장단은 조만간 김 부총리를 만나 구체적인 내신 반영계획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내신 반영비율 50%를 원칙으로 하되 불가피한 대학은 연차적 확대 방안을 수용할 수 있다던 기존의 강경 방침에서 한발 물러섰다.

교육부 황인철 대학지원국장은 “대학들이 대교협이나 전국대학입학처장협의회 등의 창구를 통해 내신 반영비율 연차적 확대 등 의견을 모아 오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며 “그러나 8월 20일까지 입시안을 제출해야 하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교육부가 잘 해결해 나가길 기대한다”며 반응을 자제하면서도 “총장들이 너무 나가는 것 아니냐”고 불쾌해하는 분위기였다.

▽성명서 검토 대학 늘어나=교수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어 대학과 교육부의 갈등이 쉽게 해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와 서울대에 이어 서강대, 중앙대, 한양대 등도 교수협의회를 중심으로 내신 반영비율에 대해 논의할지를 검토 중이다. 이들 학교는 현재 교수협의회 임원을 중심으로 내부 의견을 수렴한 뒤 의견이 모아지면 다음 주에 공식 의견을 밝히기로 했다.

교육부의 내신방침 발표 이후 공식적 태도 표명을 자제해 온 교수들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과 총장들의 토론회 이후 정부에 등을 돌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양대교수협의회 회장인 최생림(경영학부) 교수는 “청와대가 대학총장들을 너무 가볍게 대해 교수들의 여론이 좋지 않다”며 “총장들의 요구는 정당하고 대학의 권위를 지키는 것과 관련 있기 때문에 내부 논의를 거쳐 내주에 의사 표시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7월 2일 열리는 서울·경인지역 입학처장협의회에서도 대학전형요강 조기발표와 내신 반영비율 확대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교육부의 방침에 대한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신수정 기자 ctysta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