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하고 있는 휴가 일정’, ‘휴가 장소’ ‘예상 경비’ 등을 묻자 성 씨는 별 의심 없이 대답했고 조사원은 “자동으로 이벤트에 응모됐다”며 전화를 끊었다.
한 달 후 성 씨는 700만 원 상당의 유명 콘도 10년 회원권에 당첨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1년 관리비 7만9000원씩 총 79만 원을 내면 회원권을 보내 주겠다는 말에 성 씨는 신용카드번호와 유효기간을 알려주고 대금을 결제했다.
성 씨는 며칠 뒤 다시 확인하기 위해 H사에 전화를 걸었다가 “그런 이벤트를 한 적이 없다”는 말을 듣고 서둘러 카드사에 연락해 결제를 취소했다.
회사원 박모(32) 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사원이라고 밝힌 사람은 전화로 ‘기름값 인상에 따른 서민 경제의 영향’을 조사한다며 한 달에 지출하는 기름값, 차종 등을 물어 왔다. 이틀 후에는 다시 “연료절감기를 경품으로 주겠다”며 주소와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물었다. 그러나 박 씨가 휴대전화에 찍힌 발신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자 ‘자동차 부품 회사’라며 다른 사람이 전화를 받았다.
‘보이스피싱(전화를 이용한 금융사기)’이 끝없이 진화하고 있다. 범행 수법이 점점 교묘해지면서 신종 수법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 초기에 국세청 직원 등을 사칭해 “세금이나 보험금을 돌려준다”며 돈을 빼 가는 것에서 검찰 등 수사기관 사칭, 가족 납치 협박 수법을 거쳐 여론조사기관 사칭 수법까지 등장한 것.
한국갤럽 기획조사실 정지연 차장은 “대통령 선거 때문에 여론조사가 많이 이뤄지는 틈을 타 유명 여론조사기관을 사칭한 사기 사건이 늘고 있다”며 “여론조사기관에서는 설문에 응답했다고 경품을 주거나 신용카드번호나 계좌번호를 묻는 일이 없다”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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