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피고인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는 경우에 국가가 변호인을 붙여 주는 국선변호인들의 변론 태도가 좋아지면서 국선변호인의 사건 수임 비율이 점차 늘고 있다. 재판 결과 실형 선고비율에서도 개인 변호사를 선임한 피고인들과 별 차이가 없다.
▽국선 변호 비율, 사선 변호 앞질러=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형사 단독사건에서 국선변호 비율이 2002년 12.8%에서 2004년 32.7%, 2006년 1월∼8월 20일 31.2%, 2006년 8월 21일∼2007년 3월 31일 33.3%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같은 기간 개인 변호사가 변론을 맡은 형사 단독사건 비율은 35.5%, 30.8%, 31.1%, 30.1%로 줄어들면서 정체 상태다.
2005년 서울중앙지법에서 맡은 전체 형사사건 1만8218건 중 단독사건이 1만6380건으로 전체의 90%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선변호의 증가는 형사공판의 대세다.
국선변호의 증가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형사6단독 이동근 판사는 “국선 전담 변호사제 도입으로 국선변호의 질이 좋아졌고 양형기준이 마련되면서 변호인이 국선이냐, 사선이냐에 따라 선고형량에 차이가 나는 일이 거의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004년 1월∼2007년 3월에 국선변호사가 변론을 맡은 피고인의 실형 선고율은 연간 32.5∼35%이고, 사선변호사가 맡은 피고인의 실형 선고율은 29.6∼31.2%로 그 차이가 매년 5%를 넘지 않았다. ▽‘퍼블릭 디펜더’제 도입 검토할 때=국선변호사의 선임 비율이 늘고 있지만 아직 미국이나 일본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일본은 국선 선임비율이 70%대이고, 미국은 40%대다.
법원 내부에서는 지금보다 국선변호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미국 공적 변호인제의 하나인 ‘퍼블릭 디펜더(Public Defender)’제도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가 많다.
이 제도는 연방정부나 주정부가 변호사를 직접 고용해 개인사건 수임에 신경 쓰지 않고 피의자나 피고인을 위한 변론과 권리보호에 전념하도록 한 것으로, 1963년 이후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한국은 피고인이 △미성년자 △70세 이상 △농아자 △심신장애인 등일 때 법원 직권으로 국선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지만 퍼블릭 디펜더는 개인 변호사를 선임할 능력이 없는 빈곤자에게만 혜택이 주어진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