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중학생 논술 클리닉

  • 입력 2007년 7월 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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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제

다음 글 (가), (나), (다)의 현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공통점과 이에 대한 원인을 찾고, 열강들의 식민지 정책 논리에 대해 비판적인 관점에서 6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 학생글

김용환·경기 양주시 민락중학교 1학년

과거 식민지 시대에는 열강들이 자신의 문화를 우수하다고 생각하고 다른 민족의 문화는 인정해 주지 않았다. 이를 보았을 때 제시문의 공통점은 열강들이 식민지국가들은 열등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열등한 민족을 개화시켜야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의 제시문에서와 같이 ‘유색 인종을 미개인으로 규정하고, 이들을 개화시키는 일이 백인들의 성스러운 의무’라고 말하며 제국주의를 미화하기도 했다.

이러한 식민지 정책의 원인은 열강들이 자신의 문화를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월주의 때문이다. 예전에 중국이 자신의 문화를 우수하다고 하고, 동서남북에 있는 모든 나라를 오랑캐라고 한 것이 그 예이다. 또한 식민지 정책의 문제점은 남의 문화를 인정해 주지 않고 무시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식민지 정책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식민지 정책은 자국민을 위해 다른 민족을 희생시키고, 식민지 국가들의 자주성을 침해한다. 그리고 다 같은 사람인데 문화가 다르다고 배척하고 무시한다. 이렇게 다른 민족을 무시하는 식민지 정책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서봉구·경기 수원시 이목중학교 3학년

인간들의 거만함이란 참으로 무서운 것이다. 자기가 더 가졌다고, 자기가 더 강하다고 해서 식민지 개척이라는 만행을 저지르고는 그것을 정당화까지 하니 말이다. 이들 제시문에서는 열강들의 소유욕을 자기 우월의식이 부채질해서 식민지 개척을 이루고, 또한 열강들은 이러한 행위를 어떻게든 정당화하려고 하는 일련의 행동들을 나타내는 것 같다. 물론 이런 일이 일어난 근본적 원인은 인간의 소유욕에 의한 것이라는 건 말 할 것도 없다.

인간들은 수많은 욕망을 가졌고 또한 그것을 충족하려 한다. 열강들은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려고 하는데 때마침 자신들에게는 막강한 힘이 있어서 그것을 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하여 만들어낸 열강들의 식민지 논리는 참으로 부조리한 것이다. 사회 진화론이나 인종차별, 자명의 운명 등 모두 똑같이 사람 위에 사람이 있다는 식으로 사람의 권리와 존엄성을 철저히 배제한 자기중심적인 논리이다.

하지만, 문제는 사람들의 의식이 당시와 지금이나 그 본질은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라크 파병문제 등 주변을 둘러다 보면 모두 자기만 잘살려고 몸부림치고 거기서 힘없는 자들은 저절로 밀려나는 약육강식의 세상이 되어 버렸다. 자기 이익만 챙기지 말고 더불어 사는 우리가 되어야 적어도 이런 비극이 되풀이 되는 일은 없어진다고 생각한다.

■ 총평

사회현상 비판 땐 내용 나열보단 구조 파악이 더 중요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인간의 삶도 다른 동물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된다. 약육강식이 존재하는 초원의 모습이 그대로 인간 세상의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약육강식의 모습은 이제 자연 발생적인 인간의 본능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치밀하고, 계획적인 형태로 발전했다. 인간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하는 과정에서 물질적 풍요와 힘을 가진 쪽이 스스로의 기준을 적용시켰기 때문이다. 이러한 약육강식의 모습을 잘 보여 주는 것이 식민지 정책이다. 식민지 정책은 강대국이 자국의 힘, 즉 경제력과 군사력 등을 앞세워 약소국을 침략하고 그들의 것을 빼앗는 것이다.

이번 논제는 이런 식민지 정책에 담긴 모순을 찾고 지적하는 것이었다. 인간의 삶이 약육강식의 생태계 진리를 따른다 해도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잡아먹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비논리적인 행위를 분석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리사욕을 위해 ‘다윈의 진화론’과 같은 과학적 논리를 정치·경제적으로 악용하는 문제, 미국이 내세우는 ‘자명의 운명’(미합중국이 북미 전역을 정치·사회·경제적으로 지배하고 개발할 신의 명령을 받았다는 논리)처럼 자기 모순적 논리를 앞세워 무력을 행사하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우리는 이런 비논리를 논리로 바꾸려는 부조리를 깨달아야 한다.

많은 학생이 주어진 글의 내용을 정확히 잘 파악해서 비판적 관점에서 강대국들의 과거 식민지 정책을 지적했다. 특히 식민지 정책이 발생한 원인을 다양하고 논리적으로 제시한 학생이 많아 매우 고무적이었다. 그러나 일부 학생의 경우 식민지 정책을 펼치는 열강들의 자기 모순적 행위를 꼬집는 대신, 세계사적인 접근으로 사실을 단순히 나열하는 글을 써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제언하자면 어떤 현상의 원인을 논할 때는 현상의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논술문의 시작은 제시문의 이해인데, 이때 기본이 되는 것이 주어진 글 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이다. 비판적 사고는 그 다음에 비로소 진행될 수 있다.

김용환 학생의 글은 열강들의 식민지 정책이 그들의 우월주의에서 비롯되었음을 밝혔다. 자기 민족이 다른 민족보다 좀 더 월등하다는 우월의식 때문에 타 민족을 업신여기고, 괴롭히고, 빼앗는 문제가 일어난다는 설명이다. 이런 논리와 더불어 주어진 논제의 조건을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깔끔하게 정리했다는 점이 돋보였다. 이런 자세는 논술문에서 가장 기본적이면서 반드시 필요한 자세임을 말하고 싶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의미가 모호한 마지막 문장이다. 의미가 모호하면 독자가 반론을 제기하거나 중의적으로 해석할 소지가 있다. 예를 들면 ‘다른 민족을 무시하지 않는 식민지 정책은 인정될 수 있다’고 오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타 민족을 무시하는 것은 식민지 정책과 서로 상관관계를 이룰 수 없으므로 ‘다른 민족을 무시하는’과 같은 조건을 제시하지 말고 식민지 정책 자체가 큰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 옳다.

서봉구 학생의 글은 원인 분석이 정확하고 과거 식민지 시대 강대국들의 비논리적인 모습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강조하여 눈길을 끌었다. 원인으로는 인간의 소유욕을 들었으며, 이런 욕심이 인간의 삶을 더 힘들게 만들고 있다고 역설했다. 문체가 간결하고 명확해서 논자의 주장을 힘 있게 잘 전달해 준 것도 돋보였다. 논자의 주장을 강력하게 전달하는 데 문체의 기능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잘 보여 준 글이다.

그러나 논자의 주장에 비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나 예시가 부족한 점이 아쉽다. 본문에서 ‘이라크 파병’과 같은 이야기를 꺼냈다면 객관적 근거가 마련되어 논자의 주장을 더 설득력 있게 뒷받침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문단을 완성할 때는 항상 ‘주장 + 근거(소주제+근거)’의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김재필 LC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


◎다음논제 써서 보내요

글 (가)에서 왜곡된 법치주의의 문제점을 찾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에는 무엇이 있는지 글 (나)의 내용을 바탕으로 각자의 의견을 6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 제시문

(가) 법치주의란 한 개인의 뜻이 아닌 법에 의해 국가를 다스리는 제도이다. 그런데 이를 악용하여 형식적 절차에 따라 국민의 기본권을 무시하는 법을 만들어 그에 따라 나라를 다스리면서 법치주의를 실현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폐해가 나타나게 되었다.

히틀러의 독재는 형식적으로는 ‘법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왜냐 하면 그는 그의 독재를 합리화하는 법을 만들어 그것을 가지고 독재를 하였기 때문이다. 법치주의의 본 뜻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데에 있었는데 오히려 그 법치주의의 이름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무시하는 모순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실질적 법치주의에서는 절차상의 문제없이 법이 성립되었는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법의 목적과 내용이 정말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가를 따진다. 즉 법의 형식뿐만 아니라 그 실질적 내용도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고 있어야 실질적 법치주의라 할 수 있다. [중 2 사회 180쪽]

(나) 법의 목적은 평화이며, 평화를 얻는 수단은 투쟁이다. 법이 불법적으로 침해되고 있는 한 -그리고 세상이 존속하는 한 이러한 현상은 계속된다- 법은 이러한 투쟁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법의 생명은 투쟁이다. 즉 민족과 국가 권력, 계층과 개인의 투쟁이다.

이 세상의 모든 권리는 투쟁에 의해 쟁취되며, 중요한 모든 법규는 무엇보다도 이러한 법규에 반대하는 사람들에 맞서 투쟁함으로써 쟁취된 것이다. 또한 모든 권리는, 민족의 권리든 개인의 권리든, 그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할 준비를 전제로 한다. 권리는 단순한 사상이 아니라 살아 있는 힘이다. 그러므로 정의의 여신은 한 손에는 권리를 재는 저울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권리를 관철시키는 검을 쥐고 있다. 저울이 없는 검은 적나라한 폭력에 지나지 않으며, 반대로 검이 없는 저울은 그야말로 무기력한 법일 뿐이다. 저울과 검은 서로 결합되어 있으며, 이렇듯 완전한 법률 상태란 정의의 여신이 검을 사용하는 힘과 저울을 다루는 숙련된 기술이 서로 합치하는 곳에서만 나타난다.

법은 끊임없는 노동이다. 더욱이 이것은 국가 권력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요구되는 노동이다. 법의 총체적인 생명은 일별해 볼 때 경제적·정신적 생산 영역에 종사하는 모든 국민의 끊임없는 투쟁과 노동의 생생한 모습을 우리 앞에 재현시켜 준다. 자신의 권리를 주장해야만 하는 상황에 이른 개인들은 각각 이러한 국가 차원의 노동에서 자신의 몫을 담당하게 되고, 지상에서 법이념을 실현하는 데 조력하게 된다.[루돌프 예링, ‘권리를 위한 투쟁’]

박승렬 LC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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