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가 주도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파업으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현대차 지부 안에서 한 노조원이 지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이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당나귀'라는 ID의 현대차 노조원은 2일 '고객님께 드리는 눈물의 사죄문'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현대차) 노조 20년 역사에 19년 파업이라는 불명예가 가슴을 짓누른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현대차를 파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이번 파업은 참여율이 낮았고 '이제는 아니다, 잘못됐다'고 당당히 말하는 조합원들이 많았다는 점에서 현대차 노조도 변화의 몸짓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현대차에 대해 고객이 등을 돌리는 순간, 재고는 쌓여 고철이 되고 컨베이어도 멈춥니다. 그러면 1998년의 악몽처럼 구조조정이 있겠지요. 그 때에는 현대차의 이름은 지구상에서 없어질지도 모릅니다"라며 현대차 직원으로서 느끼는 위기감을 내비쳤다.
그는 이어 "다시 한번 현대차를 지켜봐 주시고 사랑해주시길 간청합니다"라는 말로 글을 맺었다.
3일 오후까지 1200여 명의 직원들이 이 글을 보는 등 현대차 내부의 반응도 뜨거웠다.
ID '조합원'인 노조원은 댓글을 통해 "무파업으로 우리도 당당한 대기업 직원으로 인정받고 싶다. 더 이상 금속노조의 선봉 사업장으로 투쟁가를 양산하는 현대차가 되지 말자"라고 강조했다.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는 지난달 28, 29일 이틀간 총 10시간 파업을 벌였으며 이상욱 지부장 등 노조 핵심 간부 6명은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울산=정재락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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