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 남동구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짓고 있는 한화건설이 학교 터를 기부하기로 시교육청과 처음으로 합의했기 때문.
3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내년부터 2020년까지 인천에는 경제자유구역(송도국제도시, 영종하늘도시, 청라지구)과 검단신도시, 가정오거리, 소래·논현지구 등 200여 곳에서 택지개발이나 도시재개발사업이 진행된다.
이들 지역에는 28만9000여 가구가 새로 입주하게 돼 초등학교 79곳과 중학교 41곳, 고등학교 36곳 등 모두 156개의 학교를 세워야 한다.
1개 학교를 신설하는 데 터 구입비를 포함해 200억∼250억 원이 들어가므로 사업비는 최대 3조9000억 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학교 설립에 필요한 운영비와 물가 상승률까지 고려하면 10조 원이 넘을 수도 있다.
시교육청은 당장 내년부터 매년 3000억 원을 들여 학교를 건립해야 한다.
하지만 연간 예산(2007년 기준) 1조7500여억 원 가운데 64%(1조1194억 원)를 교직원 인건비로, 27.7%(4837억 원)를 학교 운영비로 쓰고 나머지 9.3%는 교육행정 분야에 사용하기 때문에 재원을 마련할 방법이 없다.
게다가 750억 원이 넘는 빚을 지고 있는 재정 형편을 감안할 때 학교 신설에 필요한 사업비를 마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다행히 정부는 대규모 개발 지역의 학교 신설을 개발사업자의 의무 사항으로 규정하기 위해 ‘국토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고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맞춰 시교육청도 4월 소래·논현지구에 아파트 1만2000가구를 짓는 한화건설에 “학교시설은 도시기반시설에 해당된다”며 6개 학교를 지어 기부할 것을 요구했다.
한화건설은 “이미 실시계획승인을 받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기부를 요구한다”며 반발했으나 결국 양측이 학교 설립에 필요한 비용을 절반씩 부담하기로 타협했다.
학교 터 기부 결정은 이번이 처음으로 경제자유구역을 포함한 나머지 개발지역 학교 설립 방법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시교육청은 현재 지구지정 단계에서 실시계획을 검토해 학교를 지어 무상으로 기부하는 조건이 아니면 계획을 모두 반려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연수구에 아파트 3000여 가구를 지을 계획인 한 시행사도 초등학교와 중학교 각각 1개교를 설립해 기부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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