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역삼동 선릉역 주변의 S오피스텔.
15층인 이 건물의 4개 층에는 최근까지 대부분의 원룸과는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방이 6개 있었다. 여자 친구나 일반 가정집에 놀러온 듯한 분위기 속에서 은밀하게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현장인 ‘오피스 업소’들이다.
그러나 겉모습은 물론 인테리어는 일반 원룸들과 전혀 구분이 되지 않는다. ‘보통 사람’들이 오고가는 사무·주거 공간인 만큼 출입할 때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거나 단속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도 침대는 물론이고 컴퓨터 TV 오디오 가스레인지 등의 생활 용품이 모두 갖춰져 있다. 부엌에는 젊은 사람이 혼자 사는 원룸인 것처럼 꾸미기 위해 위장용으로 라면과 과자도 여러 개 놓아둔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올 1월부터 최근까지 이곳에서 오피스 업소를 운영하며 1900여 차례에 걸쳐 성매매를 알선하고 2억5000여 만 원을 챙긴 혐의(성매매 알선 등)를 받고 있는 황모(27) 씨에 대해 4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동업자 박모(32) 씨와 종업원 오모(22·여) 씨, 손님이었던 K대 4학년 정모(26) 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황 씨는 보안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100% 예약을 통해서만 손님을 받아 온 것으로 밝혀졌다.
또 몇몇 인터넷 성인 사이트에 띄운 광고를 보고 연락해 온 사람들에게는 먼저 명품 안경점으로 위장한 오피스텔의 사무실로 오게 해 신원을 확인한 뒤 ‘밀실 업소’로 보내는 치밀함을 보였다.
경찰 조사 결과 황 씨는 업소에 스튜어디스와 레이싱걸 유니폼, 교복, 세일러복, 간호사복을 마련해 놓고 손님이 골라 준 것을 여종업원이 착용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단속을 위해 업소에 처음 들어갔을 때는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장소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평범했다”며 “화장실에 칫솔과 타월 등이 쌓여 있다는 점이 성매매용 원룸이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해 줬을 뿐”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최근 6개월간 강남지역에서만 10여 곳의 오피스텔에서 이 같은 ‘오피스 업소’가 성업 중인 것으로 보고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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