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창 현지 표정
발표 직전까지 평창이 개최지로 결정되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거리 응원전을 펼쳤던 인파 속에서는 “할 만큼 했는데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느냐”는 소리와 함께 곳곳에서 흐느낌이 퍼져 나갔다.
침통해진 분위기 속에서도 한편에서는 “아쉽지만 잘 싸웠다. 할 만큼 했다”며 손에 쥔 태극기를 흔들었고 “또 한 번 도전해 우리의 참모습을 보이자”고 고함을 지르며 주민을 위로하는 모습도 보였다.
거리 응원전에 참석했던 많은 주민은 결과가 믿기지 않는 듯 자리를 뜨지 못했고 강릉시청과 평창군청 광장에 삼삼오오 모여 걱정 어린 모습으로 향후 전개될 일을 논의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성태(66·농업·강원 평창군) 씨는 “지난번에 너무 아깝게 탈락해 이번에는 반드시 유치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안타깝다”며 “발표 직후 다리가 떨리며 일손마저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권혁승 평창군수는 발표 직후 권순철 부군수를 통해 “2010년 유치 실패의 쓰라린 눈물을 삼키고 군정의 최대 현안으로, 군민의 최대 염원으로 전력을 쏟았는데 또다시 좌절돼 죄송스럽다”고 유감을 표했다.
이근식 강릉부시장은 “시민들이 어느 때보다도 큰 성원을 보내줬음에도 보답하지 못했다”며 “상심한 시민들을 위해 전 공무원은 지역 발전을 위해 두 배, 세 배 이상 노력하며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동계올림픽 유치 실패로 강원지역의 개발사업이 차질을 빚는 등 후폭풍이 예상되고 있다.
당장 강원도개발공사가 동계올림픽 개최 예정지였던 용평스키장 인근의 4.98km² 용지에 조성 중인 알펜시아 리조트의 분양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강원도개발공사에 현물(토지)을 출자한 강원도와 리조트 조성 사업비 마련을 위해 지방채를 발행한 강원도개발공사도 재정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의 장기 국토종합개발 계획보다 앞당겨 건설될 예정이던 원주∼강릉 전철(120km)과 국도 56호선 진부∼나전 간 32.9km 구간 선형개량사업 등 교통망 확충사업도 차질이 예상된다.
김모(45·사업·강원 춘천시) 씨는 “진행 중이거나 계획했던 많은 사업이 일시에 중단된다면 한껏 기대에 부풀었던 주민들의 실망이 크지 않겠느냐”며 “정부는 이 같은 주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줘야 한다”고 말했다.
평창=최창순 기자 cschoi@donga.com
“국민께 감사 그리고 송구”
▽한승수 평창 유치위원장=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다. 그동안 유치위를 지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와 송구의 말씀을 드린다.
우리는 평창이 2014년 동계올림픽을 개최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라는 데 여전히 확신을 갖고 있다. 프레젠테이션도 우리가 가장 잘해 좋은 결과를 기대했다. 평창이 다시 도전에 나설지는 지금 시점에서 논의하거나 언급할 사항이 아니다.
“유럽 장벽 못넘은게 패인”
▽김정길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밤낮으로 성원해 준 강원도민과 체육인,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우리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평창이 2014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했다면 한국뿐만 아시아 전체의 동계 스포츠 발전에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유럽의 장벽을 넘지 못한 게 패인이었다. 2010년 유치전 때 지지 기반이었던 아프리카와 남미 표는 잠식당한 반면 아시아 표를 지키지 못한 게 아쉽다.
“예상 밖 결과 책임감 느껴”
▽김진선 강원지사=목이 메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죄송하고 면목이 없다. 과테말라에 오기 전 국내에서 파악한 예상 득표수는 과반수에 육박했다. 그런데 현지에 와서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했다. 일부 이탈표 때문에 불안하긴 했지만 근소한 차이의 접전으로 우리가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각계각층의 너무 많은 분이 도와주셨다. 2010년 유치 경쟁부터 유치단을 이끌어 온 한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과테말라시티=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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