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경제교육 이렇게]<下>김솔 교사의 시뮬레이션 수업

  • 입력 2007년 7월 11일 03시 02분


김솔 교사는 학생들이 생활 속에서 경제 현상을 체험할 수 있게 다양한 ‘시뮬레이션 게임’을 수업에 도입했다. 수업 시간에 가상 경매놀이(위)와 모의 시장놀이를 하고 있는 어린이들. 사진 제공 김솔 교사
김솔 교사는 학생들이 생활 속에서 경제 현상을 체험할 수 있게 다양한 ‘시뮬레이션 게임’을 수업에 도입했다. 수업 시간에 가상 경매놀이(위)와 모의 시장놀이를 하고 있는 어린이들. 사진 제공 김솔 교사
“초등학교 5학년 교과서에서 경제 교육을 다루지만 주로 국가의 무역수지처럼 생활과는 동떨어진 거시경제 내용이 많아 학생들이 재미없어합니다. 교과서에 부족한 부분은 결국 교사인 제가 채워 줘야 했지요.”

경기 남양주시 퇴계원면 도제원초등학교 김솔(35) 교사의 ‘경제 교육’은 이처럼 현실과 교과서의 차이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했다.

“인터넷뱅킹, 홈쇼핑, 인터넷을 통한 주식 투자 등은 이미 널리 퍼져 있고 실용화돼 있어요. 하지만 교육과정에서는 과거 경제·소비활동의 전형인 ‘재래시장’만 비중 있게 다루고 있지요. 새로운 경제 활동 교육과정은 스스로 개발해야 했어요.”

○ 신문, TV… 교육 자료를 찾아라

김 교사는 “단순히 경제의 원리를 가르치는 것보다는 변화된 상황을 실제 체험하게 하고 이를 통해 경제 시스템을 이해시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우선 그는 경제·소비자 교육에 사용할 자료를 구하기 시작했다.

신문 기사와 광고를 비롯해 경매가 실제로 이뤄지고 있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 주식 투자 뉴스 보도, 홈쇼핑 광고 등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매체를 총동원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참여해 온몸으로 ‘체험’하게 하려면 뭔가 다른 유인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 ‘시뮬레이션 게임’을 만들기로 했다.

의자 뺏기, 땅따먹기 등 단순한 게임부터 가상 경매놀이, 모의 시장놀이, 모의 무역놀이 등 ‘시장경제’를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게임을 직접 제작했다.

김 교사는 “체험학습을 통해 어린이들이 다양한 형태의 실물경제를 익히는 데 도움이 됐을 뿐 아니라 스스로도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일반적인 상식과는 달리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보다 소비 성향이 강하고 경제적인 손해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충동 구매를 하는 경향이 강했다”며 “반면 여자아이들은 매우 신중하게 구매하고 물건의 질과 가치를 종합적으로 따지며 소비하는 성향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 ‘지속 가능한 경제’를 위하여

경제 현상에 대한 비판적 이해를 돕기 위해 ‘찬반 토론’ 형식도 수업에 도입했다.

그는 ‘새만금 간척지 개발’ 등 신문에서 접할 수 있는 사안을 학생들에게 소개하고 경제와 환경이라는 두 가치가 상호 충돌하는 상황에 대해서 토론을 벌이도록 했다.

지역 이기주의에 관한 역할극을 준비하고 ‘모의 새만금 공청회’도 열었다.

김 교사는 균형 잡힌 시각을 위해 새만금 간척지 홍보 동영상과 새만금 간척지 반대 동영상을 모두 학생들에게 보여 줬고 학생들을 두 팀으로 나누어 양측의 주장과 논리에 대해 연구해 와 토론을 벌이도록 했다.

다양하고 새로운 실험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지만 김 교사는 여전히 고민이 많다.

그는 “체험학습은 교육 효과는 높지만 교사가 수업을 준비하는 데 몇 배의 노력이 든다”며 “경제 교육에 관심 있는 교사와 연구자들이 그룹을 이뤄 새로운 교육 방법과 모형을 개발하고 이를 전국의 모든 학교가 공유할 수 있다면 훨씬 효율적인 경제 교육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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