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호랑이 ‘어흥’소리 들려주면 멧돼지가 도망갈까?

  • 입력 2007년 7월 12일 06시 40분


경북도가 멧돼지 등 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막기 위해 호랑이가 으르렁거리는 소리 등을 활용하도록 권유하는 내용의 공문을 일선 시군에 보내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 영양군에 따르면 200만 원을 들여 경상대 수의학과 ‘생물음향은행’에서 넘겨받은 호랑이 울음소리 등을 CD와 카세트테이프 1000개에 녹음한 뒤 최근 농민들에게 모두 나눠 줬다.

영양군은 CD 등을 보급하면서 농민들에게 “호랑이 음향은 계속 틀면 효과가 반감되는 만큼 불규칙적으로 틀어 주는 것이 좋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영양군 관계자는 “지난달 경북도가 ‘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늘고 있으니 경상대 측이 확보 중인 호랑이 음향이 필요하면 분양 신청하기 바란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와 CD 등을 제작해 보급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한때 호랑이 배설물이 멧돼지의 접근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효과는 별로였다”면서 “호랑이를 접해 본 적이 없는 멧돼지 등이 과연 호랑이 소리만 듣고 도망갈지는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광역자치단체가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공문을 통해 알린 것은 적절치 못한 처사라고 지적되고 있다.

이에 대해 경북도 관계자는 “우연히 서울대공원 측에서 경상대 생물음향은행이 호랑이 음향을 확보 중이라는 얘기를 듣고 이 공문을 보냈다”면서 “일선 시군에는 ‘CD 한 개만 제작해 시험한 뒤 효과가 있으면 대량 보급하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ho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