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장은 “그동안 교총은 때때로 총론은 있으나 각론이 없고, 탁상공론식 대안을 내놓기도 했다”며 “앞으로는 현장의 목소리에 충실하고 현장을 최우선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체 회원의 80% 이상이 교사로 구성된 교총에서 교사 출신 회장이 탄생함에 따라 교총의 결집력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60년 동안 회장을 맡은 22명이 모두 대학교수나 총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평교사 회장을 뽑은 것 자체가 일종의 ‘파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신임회장이 철저한 ‘현장주의자’이다 보니 그동안 보수 성향을 보여 온 교총도 다소 개혁적이고 ‘젊은’ 단체로 변모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회장 체제의 교총에 대해 일선 교사들이 거는 기대도 크다. 충북 속리중 강현숙(32) 교사는 “신임회장이 교총을 결집시켜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이 표방하는 ‘강한 교총’은 교육당국과 충돌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그가 공약으로 제시한 △공무원·사학연금 개악 저지 △무자격 교장공모제 저지 △3불(不)정책(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 본고사 금지) 개선 △교원 정년 65세 환원 등은 현 정부의 교육정책과 배치되거나 국민 정서와도 어긋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또 17대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 공개 지지, 교원 정치활동 보장 등을 내세우고 있어 교총의 정치적 활동에 대한 논란도 예상된다.
이 회장은 대학 시절 민청학련 사건으로 투옥되기도 했지만 교단에 선 뒤에는 줄곧 일선 교사로 활동해 왔다. EBS 논술강사, 교육혁신위원회 전문위원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입상담 전문가로도 유명하다. 그가 “올해 내신 실질반영비율이 15% 정도면 적당하다”고 말한 것도 이런 현장 경험 덕분이다.
그는 “학생 선발은 대학 자율이 대원칙”이라며 “학생들의 사교육 부담도 덜어 줘야 하기 때문에 당국의 강요가 아닌, 내신의 점진적 확대가 맞다”고 말했다.
이 회장에 대한 교육인적자원부의 반응은 단순하지 않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부 정책과 배치되는 일부 공약을 내세워 걱정이 된다”면서도 “이 회장은 선생님들 사이에서 존경받는 분이고 유능하고 합리적이기 때문에 주요 현안을 대화로 풀어낼 수 있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 회장과의 일문일답.
―교총 역사상 첫 평교사 출신 회장 탄생의 의미는….
“교총 변화에 대한 현장 교사들의 갈망이 선거에 반영됐다. 앞으로 교총 회원들을 강하게 결집시켜 대정부 정책에서 좀 더 강한 교총의 모습을 보일 것이다.”
―대통령 후보를 공개 지지하겠다고 밝혔는데….
“현행법이 허용하는 테두리 안에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대선 후보자들의 교육 공약을 검증하겠다. 그 내용을 공개하면 사실상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다. 교권이 추락하고 교육 현장이 붕괴한 데는 검증되지 않은 교육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권의 책임이 크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없다. ‘교육대통령’ 검증과 지지를 통해 힘 있는 교총을 만들겠다.”
―교원평가제, 교장공모제 등은 어떻게 할 것인가.
“교원평가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학생이나 학부모에게까지 평가권을 주는 것은 문제다. 교원도 아닌 무자격자가 교장이 될 수 있는 교장공모제도 바람직하지 않다. 교육의 근본을 뒤흔드는 무자격 교장공모제는 반드시 막겠다.”
―대학 시절 ‘민청학련 사건’으로 투옥된 경험이 있는데….
“나는 당시 사범대 학생대표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확대 해석은 하지 말아 달라. 하지만 이해찬 전 총리와는 그때부터 악연이 이어졌다. 이 전 총리가 교육부 장관 시절 교원 정년을 단축했을 때 ‘이해찬 퇴진’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앞으로 교총을 어떻게 이끌 것인가.
“먼저 교사들은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 교사 연수나 재교육 등을 위한 재원을 정부에 요청할 예정이다. 교권 침해에 대해서도 엄중하게 대처하겠다. 교육이 이 나라의 희망이고 교사는 그 중심에 서야 한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이원희 신임 회장 약력
△1971년 서울 경희고 졸업 △1980년 서울대 사범대 국어교육과 졸업 △1981년 교사 생활 시작 △1984년 EBS 강사 활동 시작 △1987년 고려대 교육대학원 졸업 △1989년 EBS 라디오 MC △2002∼2005년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 자문위원 △2003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상담교사단 운영위원장 △2004년∼ 교총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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