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중소기업 대표 김모(49) 씨가 K은행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대법원은 은행의 책임을 70%로 인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2001년 10월 성명불상의 남자는 박모 씨가 분실한 주민등록증을 이용해 K은행에 계좌 개설을 신청했고, 은행 직원은 신분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계좌를 만들어줬다. 이 남자는 텔레뱅킹 사기 수법으로 김 씨가 A은행에 예치한 돈 2500만 원을 K은행의 박 씨 계좌로 이체한 뒤 현금으로 인출했다.
김 씨는 K은행이 신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박 씨 명의의 계좌를 개설해 주는 바람에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냈고 원심은 은행의 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박 씨 명의의 K은행 계좌는 성명불상자가 불법으로 인출한 금액을 일시 입금· 보관하는데 이용된 것에 불과할 뿐 이 계좌의 존재로 인해 김 씨 명의의 A은행 예금계좌에 대한 접근이나 인출이 가능하게 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금융기관이 본인 확인절차 등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계좌를 개설해 줬다는 것만으로 그 계좌를 통해 입 출금된 돈에 대해 언제나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장택동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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