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위 관계자는 “이번 자료를 통해 국정원이 마음만 먹으면 국민의 모든 사생활을 여과 없이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사람의 활동을 24시간 전자적으로 감시하는 조지 오웰의 소설 속 ‘빅 브러더’의 우려가 현실로 밝혀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14개 국가기관의 방대한 자료 활용=국가정보원법 제3조에는 국정원의 직무로 ‘국외정보 및 국내보안정보(대공·대정부전복·방첩·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의 수집·작성 및 배포’로 정의해 놓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국정원이 활용하고 있는 타 국가기관의 자료에는 이와 무관한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투쟁위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국정원은 전자정보망을 통해 중앙인사위원회의 공무원 인사기록, 병무청의 병적자료, 행정자치부의 주민등록 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
팩스를 활용해서는 국세청의 소득·사업자 등록 자료, 행정자치부의 토지소유현황, 건설교통부의 주택소유현황도 파악할 수 있다.
투쟁위 관계자는 “국정원이 국정원의 조사 범위를 넘어선 공직자의 부패비리 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도 이처럼 국정원이 접근할 수 있는 자료가 무한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정원이 국가안보망을 활용해 접근할 수 있는 자료는 9개 기관 11종에 이른다. 국가안보망을 활용해 얻을 수 있는 자료에는 법무부의 출입국 자료, 검찰청의 공안사건 자료, 경찰청의 수배·범죄경력 자료와 공안·보안사범 자료, 국방부의 대공인물 자료 등 범죄 및 공안 관련 자료가 포함되어 있다.
이 외에 과학기술부의 원자력 재난관리 자료, 기상청의 국가지진정보, 소방방재청의 재해재난과 관련된 국가안전관리 자료, 해양수산부의 선원수첩발급자, 선원선박 자료도 활용하고 있다.
국방부의 대공인물 자료와 해수부의 선원수첩발급자 자료는 국정원뿐 아니라 65개의 국가안보망 활용기관이 접근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쟁위가 입수한 자료에는 국정원이 활용할 수 있는 자료를 각각 ‘유관기관’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고 적혀 있어, 그 유관기관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행정자치부, “국정원과 자료 연계”=행자부는 그동안 국정원이 행자부 전산망에 ID를 얻어 접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해 왔다.
행자부 관계자들은 “행자부의 지적정보 시스템에는 ID를 가진 행자부 지적팀 직원만 접속이 가능하다. 국정원을 비롯한 다른 기관에 ID를 발급한 적이 없다. 국정원 직원이 ID를 받아 지적 정보를 열람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밝혀 왔다.
그러나 이날 행정자치부 김남석 전자정부본부장이 밝힌 내용은 다르다.
김 본부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정부공유시스템에 행자부와 국정원이 연계돼 있는 부분이 있으며 국정원이 ID를 발급받아 공유망 속에서 2개의 정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국정원이 볼 수 있는 정보는 모두 신원조사를 위한 것으로 행자부 것은 주민등록 관련이고, 또 하나는 우리 소관이 아니라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구속 등 범죄와 관련된 개인의 전과관련 경력은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한다”고 밝혔다. 신원조사 외에 전과전력을 국정원이 볼 수 있다는 뜻이다.
행자부가 관리하는 전산망은 2가지 종류. 국세청, 행자부 등이 개별적으로 깔아 놓은 독자 전산망과 기관들 간 문서유통을 위해 깔아 놓은 전자정부전산망(통합망)이다.
김 본부장은 “통합망을 통해 국정원이 ID를 발급받아 행자부의 정보를 볼 수 있다”면서 “그러나 ID만 발급받으면 행자부의 데이터베이스 전체를 마음대로 열람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며 국정원의 로그인 기록은 모두 남는다”고 말했다.
부처 간 일종의 공유망이 존재하며 국정원이 공문으로 요청을 하고, 행자부가 자료를 정리해 공유망 위에 띄워놓으면 ID를 가진 국정원이 그 정보만을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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