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교과서 통계 제대로 읽기]교통사고,증가하는가

  • 입력 2007년 7월 17일 02시 59분


교통사고,증가하는가 감소하는가

일반적으로 문화변동이 일어나는 속도는 문화요소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의식주나 기술 등 문화의 물질적인 영역은 빠르게 변동이 일어난다. 그러나 사회조직이나 종교, 도덕, 가치관 등 문화의 비물질적인 영역은 사람들이 새로 받아들이고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상대적으로 변동 속도가 느리다. 이처럼 물질문화의 변동속도와 비물질문화의 변동속도의 차이에서 나타나는 부조화 현상을 ‘문화지체’라고 한다.

이러한 문화지체 현상은 무질서, 다른 사람에게 불편과 불쾌감을 끼치는 행위, 혹은 범죄로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는 문화지체를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야 한다. 여기에는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나 공식적인 제도를 통해 적절한 규제를 하는 방법 등이 고루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기술이 발달하고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자동차는 증가(<표1>참조)하는 데 반해 음주운전, 신호위반, 과속 등으로 교통질서를 지키려는 운전자의 의식은 별로 달라지지 않는 것(<표2>참조)이 바로 ‘문화지체’ 현상이다. 이러한 문화지체 현상은 결과적으로 교통사고율 증가로 나타난다.

우리나라의 경우 교통 캠페인을 벌이고 법률의 개정·제정을 통해 자동차 증가로 인한 문화지체 현상을 많이 개선하고 있다. 경찰청은 이런 노력으로 <표3>과 같이 교통사고 발생건수가 조금씩 감소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교통사고와 관련된 통계자료가 모두 달라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다. 보험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2005년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80만7062건이다. 경찰청 자료의 약 4배에 이른다. 이외에도 <표4>에서 나타난 경찰청과 보험사 간 통계의 차이를 보면, 과연 우리나라에서 건전한 교통문화가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문제를 덮어 버리려는 것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왜 이런 격차가 일어날까? 일차적으로 제도적 차원에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경찰신고 의무는 사고 규모나 상황에 따라 경찰의 조직적 조치가 필요한 경우에만 요구된다’고 판결했다. 물질적 피해만 있는 경우나 인적 피해가 있더라도 보험으로 처리되는 경우, 대부분의 사람은 보험사에만 연락하고 경찰에는 연락하지 않는다.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는 교통사고에 대해서는 신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이보다 심각한 원인도 있다. 경찰이 실적을 위해 고의로 누락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눈앞의 실적을 위해 사고 건수를 축소한다는 것이다.

기초자료 수집 방식의 문제점 때문이든 고의적인 왜곡이든, 국가의 공식통계와 연구 자료로 활용되고 있는 경찰청의 교통사고 관련 통계가 정확하지 못함으로써 올바른 교통안전정책 수립을 저해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제도를 개선하고 실적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는 것이 필요하다. 통계자료는 문제 상황을 가능한 한 객관적인 기준과 공정성에 기초해서 정확한 수치로 전환해서 보여 줘야 한다. 그래야 문제 상황을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올바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상철 경희여고 철학교사

〈표1〉 자동차 등록대수 및 교통수단 보유현황 : 1980∼2005년
구 분1980년1990년2000년2002년2003년2004년2005년
자동차 등록대수(천대)5283,39512,05913,94914,58714,93415,397
자가용(천대)1791,9027,7989,4149,94210,27410,759
1가구당(대)0.020.170.540.620.650.660.68

자료: 건설교통부 건설교통통계연보

〈표2〉 음주교통사고 발생 현황
구 분1995년1996년2000년2001년2002년2003년2004년2005년
발생건수17,77725,76428,07424,99424,98331,22725,15026,460
사 망 자6909791,2171,0049071,113875910
부상건수26,30038,89747,15542,16542,31655,23044,52248,153

자료: 경찰청

〈표3〉 교통사고 발생건수
1995년2000년2001년2002년2003년2004년2005년
발생건수248,865290,481260,579230,953240,832220,755214,171

자료: 경찰청

〈표4〉 경찰과 보험사 간 교통사고 사상자 수 통계 비교(단위: 명)
구 분1991년1995년2000년2001년2002년2003년2004년2005년
보험사281,372379,285820,638846,542957,5161,115,0431,113,8671,261,800
경찰청345,039342,070437,220394,636355,371383,715353,550348,609

자료: 경찰청, 보험개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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