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2월 28일까지 사형 집행이 없다면 우리나라는 ‘10년간 사형 집행이 없는 나라’가 됩니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60여 명의 사형수가 있지만 사형 집행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는 10년 이상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나라를 실질적인 사형폐지국가로 분류합니다. 이 때문에 오는 12월 28일을 앞두고 인권단체들은 강력한 사형 폐지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1] 키워드 및 배경지식
사형은 살인죄 등 중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에게 가해지는 형벌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형법 제250조의 살인죄 등 80여 개의 범죄에 대해 사형을 법정형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형제도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사형제도가 강력한 범죄예방 효과를 갖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사형제도가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사법살인에 불과하다고 주장합니다.
우리 헌법 제10조는 ‘인간의 존엄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때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핵심 권리는 ‘생명권’입니다. 사형제도는 바로 이 생명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위헌이라는 주장(‘사형제도 위헌론’)이 있습니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사형제도 위헌론’과 ‘사형제도 존폐론’이 서로 다른 차원의 논의라는 것입니다. ‘사형제도 위헌론’은 사형제도가 ‘생명권’을 지켜야 할 헌법에 위반되는 것인지 아닌지의 문제이지만, ‘사형제도 존폐론’은 정책적으로 사형제도를 존속시킬 것인지 아니면 폐지할 것인지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사형제도가 합헌이라고 해도 사형제도 존폐론의 논쟁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헌이라면 사형제도는 당연히 폐지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2] 헌법재판소 결정(1996년 11월 28일)
헌법재판소는 사형이 생명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동등한 가치가 있는 다른 생명이나 그에 못지않은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집행되는 예외적인 경우라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사형은 죽음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인 공포와 범죄에 대한 응보 욕구가 서로 맞물려 고안된 ‘필요악’인 만큼 불가피하게 선택된 것이며, 지금도 여전히 제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본 것입니다.
그러나 사형은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형벌이므로 헌법 제10조의 인간의 존엄성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법 규정 때문에 사형을 언도해야 하는 법관과 직무상 사형 집행을 해야 하는 사람들의 양심의 자유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해치기 때문에 위헌이라는 소수의견도 있었습니다.
[3] 생각 키우기
사형제도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의 핵심적인 이유는 ‘사회의 필요악으로서 범죄예방 효과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형제도의 범죄예방 효과는 사실 불분명합니다. 사형제도가 존재하는 나라의 범죄율이 그렇지 않은 나라의 범죄율보다 낮은 것도 아니며, 사형제도를 폐지한 나라의 이후 범죄율이 증가한 것도 아닙니다.
설사 사형이 범죄예방 효과가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사형은 범죄예방을 위해 사람의 생명을 수단으로 격하시키는 것에 불과합니다. 사람의 생명은 어떠한 경우에도 목적이 되어야지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 헌법 제10조의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사형의 본질은 범죄예방보다는 범죄에 대한 ‘응보’ 혹은 ‘복수’라고 할 수 있겠는데, 이는 현대의 교육형 형벌 사상과도 맞지 않는다고 할 것입니다. 설사 사형의 ‘응보’ 혹은 ‘복수’로서의 기능이 필요하다고 해도 새로운 문제점이 있습니다. 사형을 집행했으나 이후 재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던 ‘인혁당 사건’ 관계자들의 예에서도 볼 수 있듯이 재판은 항상 오판의 가능성을 갖고 있지만, 이미 집행한 사형은 돌이킬 수 없다는 중대한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형제도는 헌법재판소의 소수의견과 같이 위헌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4] 더 생각해 봅시다
사형제도의 존속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시오. (고려대 법학과 2005학년도 수시 구술 문제)
[5] TIP
사형제도 존폐론과 관련해서는 위 문제뿐만 아니라 많은 문제가 출제되어 온 만큼, 학생들도 비슷비슷한 답변을 내놓기 쉽습니다. 차별성 있는 답변을 위해서는 사형제도 존폐론과 사형제도 위헌론(합헌론)을 연결하여 답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임상철 인피데스 법률사무소 변호사
▶easynonsul.com에 판례 원문과 관련 논술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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