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시간 철벽 방어… “사이버 훈련 상황 끝!”

육군 광개토부대 지휘관들이 12일 오후 부대 내의 지하 지휘소에서 북한군의 전력 이동이 실시간으로 나타나는 대형 상황판을 지켜보며 방어에 필요한 작전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 제공 광개토부대

10일 오후 6시 57분 육군 광개토부대가 방어하던 서부전선에 북한군의 포탄 한 발이 떨어졌다. 북한의 특수부대원들이 후방에 투입돼 교란 작전을 시작했고 7시 53분 북한이 전후방을 가리지 않고 포격을 가하면서 전면전이 시작됐다.

북한군의 움직임이 실시간으로 나타나는 대형 상황판을 지켜보는 광개토부대 지휘관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현장 부대에서 올라오는 숨 가쁜 보고와 지휘관들이 쏟아 내는 지시로 지하 지휘소 안의 공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서부전선을 지키는 광개토부대는 10일부터 열흘간 예하 사단급 부대들이 참여한 가운데 온라인 전투 프로그램인 ‘창조 21모델’을 이용한 전투지휘훈련(BCTP)을 벌였다.

이 부대의 각급 지휘관과 북한군 역할을 수행한 ‘BCTP단(團)’ 소속 지휘관들은 각각 온라인상에서 한국 측 9만5000명, 북한 측 14만5000명의 ‘가상 군인’을 이끌었다.

이번 훈련에서 북한군 역할을 맡은 BCTP단은 10일 서부전선과 민간 거주지역에 장사정포를 퍼부으며 전쟁을 일으켰다. 이어 북한군은 4개 사단급 부대를 동원해 임진강 도하를 시도했다.

초기에 수적 열세 때문에 밀리던 한국군은 방어 훈련 사흘째인 12일 오후 북한군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축적했다. 이에 따라 광개토부대 지휘관들은 임진강변에서 적군을 섬멸하기 위한 반격 작전인 ‘임진대첩’을 시작했다.

공격용 헬기와 전폭기를 앞세운 한국군의 공격에 북한군의 미그기가 출동했지만 한국군이 자랑하는 지대공 미사일 ‘신궁’, ‘천마’가 명중해 잇따라 격추됐다. 한국군의 K-9 자주포도 북한의 장거리포 부대를 정확히 타격해 섬멸했다.

이번 훈련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사이버 훈련’으로 55시간의 방어 훈련 중 양측 가상 군인 2만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광개토부대 관계자는 “병력과 장비가 실제로 움직이지 않아 비용을 크게 절감하고 주민들의 불편 없이 지휘 능력을 높일 수 있는 훈련이었다”면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가정한 훈련이라 실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