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은 국가 최고 정보기관이라는 점 때문에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만 되면 좋건 싫건 간에 끊임없이 `정치 개입 의혹'에 휘말려 왔고, 상당수 의혹은 검찰 수사로 연결되는 수모를 당했다.
이 과정에서 정치사찰, 인권침해 등에 관여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국정원은 명예에 손상을 입고 거센 비난에 직면했으며 대대적 조직 쇄신이 뒤따르는 등 위기를 겪었다.
과거 국정원이 관여한 의혹으로 인해 검찰이 실체 확인을 위한 수사에 나섰던 사례는 1987년 `수지 김' 사건과 1997년 `북풍'(北風)ㆍ`총풍'(銃風) 사건, 2002년 `불법감청'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수지 김' 사건은 1987년 대선을 앞두고 옛 안기부(현 국정원)가 선거에 이용하려는 의도로 홍콩에 살던 윤태식 씨가 아내 수지 김을 살해한 단순 살인을 여간첩과 관련된 납북미수 사건으로 꾸민 조작극이다.
이후 14년이 지난 2001년에야 검찰 수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졌고 윤씨에게는 징역 15년6월이 선고됐으며 법원은 `국가가 유족에게 42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도 내렸다.
`북풍'(北風) 사건은 1997년 8월 안기부가 밀입북한 오익제 전 천도교 도령이 입북 전 김대중 대선 후보와 20여 차례 통화했다고 발표하고 12월에는 오씨가 북에서 김 후보에게 보낸 편지를 공개한 사건이다.
검찰 수사 결과 당시 안기부장이 의도적으로 편지를 공표했고, 안기부가 재미교포에게 돈을 주고 기자회견을 사주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빚었다.
`총풍'(銃風) 사건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전 안기부 공작원과 청와대 행정관 등이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북한에 판문점 총격을 요청했다는 의혹에 관한 사건이다.
이후 기업가 한모, 장모씨 등이 북측 인사를 만나 총격을 요청했다는 의혹에 대해 대법원은 2003년 "북측 인사를 만난 것은 인정되나 무력시위를 요청하기로 사전 모의한 증거는 없다"는 원심을 확정했다.
대선과 직접 관련은 없었지만 큰 사회적 논란을 몰고 왔던 2002년 `불법감청' 사건은 국정원이 1998년부터 2002년 초까지 불법감청을 통해 정ㆍ관ㆍ경제ㆍ언론계를 망라한 국내 주요인사 1천800명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도청해 `X파일'을 만든 사건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불법감청을 지시 또는 묵인하거나 관여한 혐의로 신건ㆍ임동원 전 국정원장은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이처럼 국정원은 과거 대선 때만 되면 각종 의혹에서 `태풍의 눈' 역할을 해 정점에 섰으며 통과의례처럼 검찰의 수사를 받는 곤욕을 치러야 했다.
올해도 한나라당이 18일 검찰에 김만복 국정원장과 김승규 전 원장, 이상업 전 2차장 등 6명에 대한 수사를 의뢰함으로써 국정원은 다시 한 번 검찰 수사를 받는 처지에 놓였다.
현 정부들어 `탈정치 탈권력'을 내세웠던 국정원에 대한 수사가 기존 해명을 사실로 확인하는 단순한 `통과의례'로 끝날지 아니면 새로운 의혹이 드러나 `또 하나의 악연'으로 남을지 향후 검찰의 수사결과가 주목된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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