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고등학교(관악구 신림9동)에는 실제로 이런 ‘드림팀’이 활동하고 있다. 이 학교 방과 후 논술교실을 이끄는 15명의 선생님 중 6명이 서울대 사범대 국어교육과 강사다.
삼성고와 서울대는 걸어서 5분 거리. 서울대 사범대학과 삼성고는 올해 3월 ‘협력학교’ 협약을 맺고 논술 공동지도와 대학생 학습 멘터링(대학생이 고교생을 1 대 1 지도하는 것) 등 ‘방과 후 학교’ 협력사업을 해 오고 있다. 서울대의 협력학교는 삼성고 외에도 여러 학교가 있지만, 방과 후 논술교실을 함께 운영하는 사례는 삼성고가 유일하다.
1학기 논술수업에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는 2학년 이정원(17) 양.
“4, 5페이지에 이르는 긴 제시문을 읽고 1000자로 요약해 쓰는 논술수업이 있었어요. 핵심 단어와 문장을 뽑고 어떻게 구성해야 (대학에서 봤을 때) 읽고 싶은 글, 눈에 잘 띄는 글이 되는지 배운 것이 큰 도움이 됐어요.”
대학 강단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강사들이 직접 논술을 가르치다 보니 ‘대학이 원하는 논술’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고는 고교 교사와 대학 강사로 이뤄진 ‘이종(異種) 강사진’의 장점을 두루 살리는 지혜를 발휘하고 있다. 본교 교사들(국어 5명, 사회·윤리·수학·과학 각 1명)은 배경지식에 초점을 맞춰 강의하는 한편, 서울대 강사들은 실전 글쓰기 비법에 치중하는 것이다.
이 학교 최이문 교사는 “고교 교사와 대학 강사가 역할 분담을 하다 보니 시너지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경쟁 심리도 있어 교사들이 더 충실하게 수업을 준비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 고교 교사와 대학 강사의 역할 분담
삼성고와 서울대가 함께하는 방과 후 논술교실 수업은 1, 2학년 3개 반씩 총 6개 반(1학년 총 49명, 2학년 총 54명)으로 나뉘어 학기당 10회 진행된다. 이 중 서울대 강사들이 맡은 강의는 1학년 강의 7회분과 2학년 강의 3회분. 1학년의 경우 제시문 해석, 문장 요약, 짧은 글쓰기와 같은 기초를 지도한다. 2학년 강의는 강사들이 자체 제작한 자료를 통해 △제시문 요약하기(1회) △고전읽기(2회) △영화 ‘미녀는 괴로워’와 관련된 신문 칼럼 살펴보기(3회)를 가르친다.
서울대 강사가 직접 수업을 진행하는 데 대해 학생은 물론 학부모들도 크게 반기는 분위기라고 학교 측은 귀띔한다.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글쓰기 기본을 다지는 수업을 듣고, 서울대 강사 3명에게 돌아가며 수업을 들었어요. 논술시험을 채점하는 대학 강사들에게 직접 수업을 들으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자극도 받았어요. 특히 신문 기사나 책에서 논술에 직접 인용할 만한 예를 구체적으로 짚어준 대목은 아주 생생했어요.”(2학년 구종율 군)
학생 개개인의 성향과 장단점을 잘 꿰고 있는 고교 교사들은 학생들의 질문을 받으면서 ‘맨 투 맨’ 지도를 할 수 있어서 좋고, 대학 강사들은 ‘대학에서 요구하는 논술 실력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실전 노하우를 들려 주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동기 부여를 해 줄 수 있어 좋다.
○ 고교와 대학의 윈윈 전략
고교와 대학이 함께 방과 후 학교 수업을 이끌어가려면 양자 모두가 ‘얻는 것’이 있어야 한다. 삼성고는 내년부터 서울대 학생들이 졸업할 때 꼭 필요한 멘터링 봉사활동의 장소를, 서울대는 방과 후 학교에 필요한 인적 자원(강사 및 재학생)을 제공키로 했다. 서울대 사범대로선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고 강사 개인의 연구에도 도움이 된다는 장점도 있을뿐더러,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대학의 모습을 보여 줄 수도 있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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