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논술법정]<11>‘시각장애인만 안마사’위헌인가?

  • 입력 2007년 7월 24일 03시 02분


보건복지부 장관 명령인 ‘안마사에 관한 규칙’은 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사 자격을 인정하고 있었습니다. 스포츠마사지 학원에서 교육을 받은 비(非)시각장애인들로서는 이 명령 때문에 안마사 자격을 인정받을 수 없었던 셈이지요. 이들은 이 때문에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 받았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습니다.

[1] 키워드 및 배경지식

우리 헌법 제15조는 모든 국민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기본권도 무제한 인정될 수는 없습니다. ‘남의 자유가 시작되는 곳에서 나의 자유는 멎는다’는 격언에서도 볼 수 있듯이, 사회를 유지하려면 기본권에도 일정한 제한이 가해질 경우가 있는 것입니다.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때는 뚜렷한 원칙이 필요하겠지요. 우리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국가권력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 ‘과잉금지원칙’과 ‘법률유보원칙’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과잉금지원칙’이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때는 △그 목적이 정당하고 △방법이 적절하며 △국민의 피해가 최소화되어야 할 뿐 아니라 △제한하는 목적과 제한되는 기본권 간에 균형이 맞아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법률유보원칙’이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때 반드시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2] 헌법재판소 결정(2006년 5월 25일)

위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사 자격을 인정하는 ‘안마사에 관한 규칙’이 일반 국민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해서 기본권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어긋날 뿐 아니라, 시각장애인의 생계를 보장하는 등 공익에 비해 비시각장애인들이 받는 기본권 침해의 강도가 지나치게 커서 법익의 균형성을 상실했다고 보았습니다.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지요. 또 ‘안마사에 관한 규칙’은 국회가 만든 ‘법률’이 아니라 행정부가 만든 ‘명령’에 불과하므로 법률유보원칙에도 위배되므로 위헌이라고 결정했습니다.

소수 의견도 있었습니다. 시각장애인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해 주어야 하는 공익은 비시각장애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에 월등히 우선되는 조건이므로 일반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어느 정도 제한하는 것은 위헌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3] 생각 키우기

헌법재판소가 이런 결정을 내린 후 시각장애인들은 자신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습니다. 사실 헌법재판소가 ‘안마사에 관한 규칙’이 위헌이라고 결정한 이유 중 하나인 법률유보원칙에 관한 부분은 명백히 위헌사유에 해당되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는 위 결정 직후 ‘의료법’을 개정해서 안마사의 자격을 시각장애인에게만 인정하는 것을 ‘법률’로 규정했습니다. 결국 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사 자격을 인정하는 제도는 그대로 존속되게 됐습니다. 이로써 안마사 자격을 시각장애인에게만 인정하는 것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계속 남게 된 것이지요.

이 문제에서 핵심적인 갈등은 일반인의 직업선택의 자유가 중요한가, 아니면 시각장애인의 생존권이 중요한가라는 부분입니다. 일반인의 경우 안마사가 아니더라도 다른 많은 직업을 가질 수 있습니다. 사실 안마사는 우리 사회의 핵심 직업이라거나 중대한 특권이 부여되는 직업도 아닙니다. 그러나 시각장애인의 경우 안마사 이외의 직업을 갖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형편입니다. 따라서 안마사의 자격을 시각장애인에게만 인정하여 시각장애인의 생존권을 보호한다고 해도 일반인의 피해가 그리 큰 것은 아니지 않을까요.

[4] 더 생각해 봅시다

약자에 대한 배려와 능력에 따른 배려 중 어떤 배려가 우선되어야 하는가를 설명하고 그 근거를 논하시오. (서울대 인문대 2003학년도 수시 구술 문제)

[5] TIP

이 문제에 답할 때는 위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인용하여 대답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안마사의 자격을 시각장애인에게만 인정하는 것은 능력에 따른 배려가 아니라 약자에 대한 배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대적 평등을 위해서는 능력에 따른 배려가 원칙이 되어야 하겠지만, 예외적으로 사회적 약자의 보호를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답변이 바람직합니다.

임상철 인피데스 법률사무소 변호사

▶easynonsul.com에 판례 원문과 관련 논술 문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