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학교는 ‘핵가족화’로 한국 사회에서 점차 중요성과 가치가 희미해지고 있는 ‘효도(孝道)’를 교육 목표의 으뜸으로 삼고 있다.
각 반에는 학습부장, 미화부장 등 다른 학교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직책 외에 ‘효도부장’이 정해져 있다.》
효도부장은 교실에 비치된 ‘효도 일지’에 매주 실천할 효도 항목을 적고 학생들의 실천 여부를 점검한 뒤 효도 전담 교사에게 검사를 받는 일을 한다.
또 이 학교의 모든 학생은 부모를 포함한 웃어른께 어떻게 효도를 실천했는지 기록한 ‘효도 일기’를 매주 담임교사에게 제출해야 한다.
학교는 학기 초 반을 편성할 때 학부모의 생년월일을 파악해 학원장 명의로 ‘생신 축하 카드’를 집으로 보내 학교와 학생, 학부모의 관계를 긴밀히 하고 있다.
이 학교 2학년 강하림 군은 “처음 입학했을 때는 인사하는 것조차 어색했지만 이제는 자연스럽다”면서 “이 학교에 다닌 뒤 어머니 아버지에 대한 고마움을 많이 느끼게 됐고 어른들한테 자주 의젓해졌다는 칭찬을 듣는다”고 말했다.
효도에 대한 강조는 정규 수업시간에도 이어진다.
2학년 학생들은 1주일에 1시간씩 ‘명심보감’ 수업을 받아야 한다. 2001년부터 시작된 이 수업은 벌써 7년째를 맞는다.
이 학교가 자체 제작해 교육청에서 검인을 받은 ‘신(新)명심보감’이 교재. 책 한쪽에는 명심보감의 한 구절을 한자로 적고, 한자의 음과 훈, 뜻풀이를 붙였다. 짧은 만화까지 곁들여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효도만이 아니라 올바른 국가관을 심어주기 위한 노력도 빠뜨릴 수 없다.
이 학교 학생과 교직원들은 1967년 설립 이후 매년 3·1절과 광복절에 의정부시 전 지역을 돌며 태극기가 걸려 있지 않은 가정을 찾아 태극기를 나눠주고 있다. 교내 행사 때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는 것도 기본이다.
치열한 경쟁사회에는 걸맞지 않은 고리타분한 수업 방식처럼 보이지만 효도를 중심으로 한 이 학교의 인성교육은 실질적인 학업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2005년에 졸업생 337명 중 24명, 지난해에는 242명 중 9명, 올해 초에는 280명 졸업에 7명이 특수목적고에 입학했다. 학생수 대비 특목고 진학생 비율은 비평준화 지역인 의정부 시 안에서도 최상위권이다.
학교운영위원회 최종복 위원장은 “이 학교는 성장기에 효도 교육을 제대로 시켜 평생토록 자녀들이 바른 자세를 갖게 해 주기 때문에 많은 학부모가 학교를 신뢰하고 있다”면서 “학업 성과 면에서도 학부모이자 동문으로서 자랑스러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는 교사들도 남다른 데가 있다. 이 학교 선생님들은 채용 과정에서 태극기 그리기, 자신의 교육관을 자필로 쓰기 등 다른 학교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이 학교 교사들이 정치적 이유 등으로 수업을 중단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이 학교의 장성일 교감은 “효도를 중심으로 제대로 된 인성교육을 하고 올바른 국가관을 심어준다면 학습 성과도 오를 것으로 믿는다”면서 “학부모들에게서 ‘우리 아이를 사람 만들어 줘 고맙다’는 격려를 받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의정부=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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