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기획사 과장인 서모(32·여) 씨는 결혼하라는 부모님과 친척들의 성화에 신경이 쓰이지만 당분간 결혼할 마음이 없다.
독신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변의 시선이나 결혼 적령기라는 사회 통념에 떠밀려 결혼을 선택하지는 않겠다는 것이 서 씨의 생각이다.
결혼에 대한 신세대의 가치관이 변하면서 서 씨처럼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결혼 유보족’이 늘고 있다.
▽여성 33.6% 결혼 유보적=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전기택 연구위원이 통계청의 1998∼2006년 사회통계조사를 분석한 결과 꼭 결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남녀는 계속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통계조사는 4년마다 전국 3만여 가구 7만여 명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15세 이상 여성 중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은 1998년 30.5%, 2002년 21.9%, 2006년 21.6%로 계속 줄고 있다. 반면 ‘결혼을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는 반응을 보인 ‘결혼 유보족’은 1998년 28.9%, 2002년 34.1%에서 2006년 33.6%까지 늘어났다.
남성의 경우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응답이 1998년 36.9%, 2002년 29.5%, 2006년 30.0%로 나타났다.
그러나 결혼에 대해 유보적이거나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남성의 비율도 늘고 있다. ‘결혼 유보족’은 1998년 18.4%, 2002년 19.9%, 2006년 21.1%였다. ‘하지 않는 것이 좋다’와 ‘하지 말아야 한다’ 등 부정적인 반응은 1998년 0.8%, 2002년 1.1%, 2006년 1.3%로 늘어났다.
▽여성 “경제력 갖춰 결혼 미뤄”=연령별로는 30대 여성이 결혼에 대해 가장 부정적이거나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2006년 조사에서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답한 30대 여성의 비율은 8.9%에 불과했으며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는 비율은 46.6%나 됐다.
또 가사 분담에 대한 미혼 남녀의 인식 차도 뚜렷해 여성의 69.3%가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대답했으나 남성은 46.3%로 나타났다.
전 연구위원은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어나면서 경제적 자립이 가능해진 것도 결혼을 미루는 한 원인”이라며 “여성이 가사나 육아에 부담을 느끼지 않고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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