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7월의 크리스마스’ 트리에 사랑 걸렸네

  • 입력 2007년 7월 24일 06시 44분


전남 나주시 이창동사무소 민원실 앞에는 한여름인데도 크리스마스트리가 불을 밝히고 있다. 트리에는 반짝이는 꼬마전구와 예쁜 카드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그 위에는 ‘사랑의 나눔 열매’라는 하트 모양의 푯말이 걸려 있다.

이 카드에는 사회복지사나 주민들이 적은 어려운 이웃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담겨 있다. 주로 소년소녀가장이나 홀로 사는 노인, 장애인 등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카드는 동사무소에 들르는 민원인들이 자연스럽게 읽고 도움을 주는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다. 카드를 읽어본 민원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즉석에서 작은 정성을 보태거나 성금이나 쌀 등을 보내오고 있다.

이창동사무소 곽은미 씨는 “민원인들이 트리를 보고 ‘여기는 아직도 겨울이네’라고 웃으며 한마디씩 한다”며 “나중에 성금을 보내면서 이름을 밝히지 않고 ‘그냥 알아서 해달라’고 하는 ‘얼굴 없는 천사들’이 많다”고 전했다.

트리의 불을 밝힌 지 8개월 만에 41명이 368만 원의 성금과 20kg들이 쌀 36포대를 기탁했다. 어떤 독지가는 택배로 훈제오리 20마리를 보내오기도 했다.

동사무소 측은 소년소녀가장과 장애인 등 120여 명에게 이들 후원금품을 전달했다.

나근수 이창동사무소 동장은 “지난해 말 성탄축하 트리를 설치했을 때 누군가가 사연을 적은 카드를 걸어 놓은 것이 계기가 됐다”며 “어려운 이웃을 도우려는 주민들의 온정이 식지 않는 한 트리 불빛은 언제까지 반짝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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