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토플 대체할 국가영어시험 만든다

  • 입력 2007년 7월 31일 02시 59분


외화 유출 등을 막기 위해 국가가 토플이나 토익을 대체하는 영어평가시험을 독자적으로 개발해 2009년 하반기부터 시행할 예정이지만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009년부터 학생용, 2011년부터 일반용 영어능력 평가시험을 시행하는 내용의 ‘국가 영어능력 평가시험 도입 계획’을 30일 발표했다.

▽어떤 시험인가=교육부는 올해 안에 ‘한국영어능력평가재단’을 설립한 뒤 시험을 개발하고 시행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4년간 215억 원이 투입된다.

재단에는 영어시험을 개발·운영 중인 대학 중 희망 대학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EBS 등이 참여하게 된다. 플렉스(FLEX)를 시행 중인 한국외국어대와 메이트(MATE)를 시행 중인 숙명여대가 참여를 희망하고 있다.

교육부가 이날 발표한 평가원의 기초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은 난이도에 따라 10단계로 나뉘며 초중고교 학생용(초등 1∼3, 중고등 4∼7등급)과 일반용(8∼10등급)으로 실시된다.

학생용은 등급별로 해당 학년이 학교에서 배우는 수준, 일반용은 기존의 영어시험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평가영역은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4가지다. 교육부는 이를 한 시험에서 평가하는 것과 읽기와 듣기, 말하기와 쓰기 등 2가지로 나눠 평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험은 최소한 1년에 4차례 이상 실시하며, 인터넷을 이용한 iBT 방식으로 시행된다.

교육부는 응시료의 경우 토익(3만7000원)보다 훨씬 낮게 책정하고, 저소득층 학생은 무료로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국내에서 각종 영어시험에 응시한 269만 명 중 토익과 토플 등 외국시험을 치른 이는 205만7000명으로 76%를 차지한다. 영어시험이 통상 성인용 수준인데도 지난해 국내외 영어시험을 치른 초중고교생이 56만6000여 명이나 됐다.

▽실효성 논란=교육부는 당초 초중고교생의 영어 학업 성취도를 파악하기 위한 국가 영어시험 개발을 논의했지만 토플 접수 대란 등이 사회 이슈화하면서 성인용 시험도 개발하기로 했다.

하지만 토플과 토익 등 기존 영어시험이 고교와 대학, 공무원시험, 국가고시, 취업 등에서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상태에서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이 제대로 정착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반응도 적지 않다.

특히 해외 유학을 갈 때 외국 대학들은 토플 등의 국제공인 성적을 요구하기 때문에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이 국제인증을 받지 못하면 외면당할 가능성이 있다.

교육부는 장기적으로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외국어영역을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으로 대체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학생들이 유료 영어시험을 별도로 봐야 하기 때문에 또 다른 사교육을 조장할 우려가 있고, 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는 말하기와 쓰기 평가를 입시 자료로 쓸 수 있느냐는 지적도 있다. 또 영어시험 하나를 개발하는 데 평균 5∼7년 걸리는 점을 감안할 때 2년의 시험 개발 기간은 너무 짧다는 지적도 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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