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옛 덕수궁 ‘의효전’ 창덕궁에 오롯이 보존돼 있다

  • 입력 2007년 8월 2일 02시 58분


서울 중구 정동 덕수초교 운동장 터에 자리했던 옛 덕수궁 의효전(懿孝殿)이 창덕궁에 이전돼 남아 있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 운동장 터는 최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기념관 설립을 추진하면서 덕수초교 학부모들이 탄원을 내는 등 논란이 되고 있다.

궁궐 전문가인 이강근 경주대 문화재학부 교수는 1일 “창덕궁 신선원전(新璿源殿·조선 역대 왕의 어진을 모신 전각·본래의 선원전과 구분해 新자를 붙였음) 앞 의로전(懿老殿)을 조사한 결과 이 전각이 1921년경 일제가 덕수궁 터를 매각하면서 대한제국의 근거지를 없앨 목적으로 지금의 덕수초교 운동장에서 옮겨온 의효전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의효전은 순종황제의 비(妃)로 1904년 세상을 떠난 순명황후(純明皇后) 민 씨의 위패를 모신 덕수궁의 혼전(魂殿)이다. 1920∼21년경 덕수궁 선원전과 함께 창덕궁으로 옮긴다는 신문 보도가 나왔으나 이후 어디에 있는지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다.

의효전의 존재가 확인돼 본래 터인 덕수초교로 이전 복원도 할 수 있는 만큼 의효전 터에 기념관 건립을 강행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화재청의 한 관계자는 “의효전 터는 장기적으로 보존 계획을 세워야 할 곳인데 복구할 수 없는 건물(기념관)이 들어서는 것은 원칙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창덕궁의 ‘의로전’은 현판이 없고 건립 연대가 확인되지 않은 채 왕 친척의 사당으로만 추정돼 왔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의로전’과 신선원전은 1820년대 창덕궁과 창경궁을 조감도로 그린 ‘동궐도(東闕圖)와, 1907년경 일제가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동궐도형(東闕圖形)’에 나와 있지 않고, 그 자리에는 ‘대보단(大報壇·제사 사당)’만 자리잡고 있었다.

즉, 1907년 이후 대보단을 허문 자리에 신선원전과 전각(‘의로전’)이 들어섰고 1920∼21년경 덕수궁 선원전과 의효전을 창덕궁으로 옮겼다는 보도를 종합해 보면 이 전각이 바로 의효전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또 “선원전 어진의 모사 과정을 기록한 ‘선원전 영정모사등록’(1936년)에 신선원전 앞 전각을 ‘원래 의효전이었다’는 뜻으로 ‘원(原)의효전’이라고 표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효전이 의로전으로 바뀐 이유에 대해 그는 1928년 순종과 순명황후의 신주를 종묘에 모신 뒤 의효전 현판을 내렸고 시간이 지나면서 ‘효(孝)’자가 모양이 비슷한 ‘로(老)’자로 잘못 읽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효전 현판은 현재 국립고궁박물관에 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화보]옛 덕수궁 의효전(懿孝殿)이 창덕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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