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전사거리는 대전시의 도로원표(道路元標)가 설치돼 있던 곳이다. 도로원표는 한 국가 또는 도시 간의 거리 측정 기준점이다. 외국 여행자들은 도로원표가 있는 곳에서 여행을 시작한다. 그만큼 원표가 있는 곳은 국가나 도시의 중심축이라 할 수 있다. 서대전네거리역 2번 출구에 있던 도로원표가 최근 없어졌다. 대전시가 서구 둔산동 대전시청 동문 쪽으로 옮겨간 것. 서대전사거리가 이젠 대전의 중심축이 아니라는 뜻일까. 하지만 대전 시내버스 100여 개 노선 중 절반이 오갈 만큼 이곳은 여전히 교통의 중심지다.》
역 주변은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나뉘어 있다.
1, 2번 출구는 3만여 m²의 서대전시민공원과 조류사육장, 야외음악당, 세이백화점, 홈에버 등이 있는 놀이와 쇼핑 공간이다.
3, 4번 출구역 주변은 음식특화거리로 조성돼 있다. 200여 개 식당이 다양한 메뉴를 자랑한다. 재래시장인 오류시장은 이들 식당에 식 재료를 공급한다.
5, 6번 출구 쪽은 용두시장, 7, 8번 출구는 대전지방병무청과 금요재래시장이 볼거리다.
▽도심 속 허파=서대전시민공원은 청소년광장이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원래 이 땅의 절반은 ㈜효성 소유다. 1990년대 초 아파트나 상가를 지으려다 대전시의 요구로 광장으로 내 줬다. 효성은 최근 이곳의 반환을 추진하고 있다.
하루 평균 1000여 명이 찾는 이곳에는 조류 사육장이 있어 공작, 왕관앵무, 금계, 사랑새, 원앙 등 25종 170마리가 살고 있다. 이곳을 관리하는 대전 중구청 배상열(32) 씨는 “미리 신청을 하면 새를 손에 올려놓는 이색체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042-606-7750
기독교봉사회관과 아파트 센트럴파크 쪽에는 야외음악당이 있다. 이곳도 미리 신청만 하면 이용할 수 있다. 042-606-7751
가족과 함께 광장을 찾아 비둘기 밥을 주는 것 또한 색다른 경험이다. 지하철 비용 1000원과 과자 한 봉지면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비둘기 떼의 날갯짓에 파묻힐 수 있다.
▽음식특화거리=3, 4번 출구로 나오면 식당이 즐비하다. 이곳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권하는 곳이 콩갈비로 유명한 소롱골식당과 한우집 옥천가, 그리고 닭도리탕 전문점 한영식당이다.
‘소롱골’은 동구 상소동, 하소동에 있는 상소, 하소롱골에서 따 온 말. 주인 신상순(55) 씨의 고향으로 예부터 콩 농사로 유명하다. 이 집 콩갈비는 소롱골에서 수확한 콩을 갈아 기름이 제거된 돼지갈비와 어린 배추를 함께 넣어 푹 끓인 것. 처음엔 모양이 이상해 선뜻 젓가락이 가지 않지만 맛을 보고 나면 손과 입이 쉴 틈이 없다. 민물새우인 새뱅이매운탕도 이 집의 자랑이다. 042-532-9115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즐겨 찾는 곳은 바로 오류 옥천가다. 삼성아파트 8동 옆에 위치한 이곳은 정육점과 함께 운영되는 곳. 한우 집성촌인 충북 옥천에서 고기를 직접 들여와 육질이 좋은 등심과 안창 등을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 042-532-5658
한영식당은 수십 년 동안 닭볶음탕만 해 온 집. 감자와 함께 푹 익은 고기를 조개젓에 찍어 먹는 맛이 독특하다. 042-533-2644
음식거리 한가운데에 있는 깡통주먹구이는 동아일보 독자의 인터넷 제보로 찾았다. 제주도 방목 돼지를 직접 들여와 언제 찾아도 실망하지 않는다. 042-538-3535
▽가구의 메카와 금요재래장터=서대전사거리에는 예비 신혼부부들로 항상 넘친다. 제일가구프라자(3, 4번 출구), 대림가구갤러리(5번 출구), 나사렛회관의 가구갤러리(7, 8번 출구)가 밀집돼 있기 때문. 몇 걸음 발품으로 다양한 제품과 가격대를 볼 수 있다.
매주 금요일 농협 충남지역본부 옆 인도에서 펼쳐지는 금요재래시장은 도심 속 재래시장으로 완전히 정착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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