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송중 교사들 ‘결석과의 전쟁’
반송중은 부산에서 상대적으로 교육 환경이 열악한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전교생 776명 중 기초생활수급자 가구 자녀가 16%, 점심 급식비를 지원받는 학생이 29%나 되며 결손가정 자녀도 시내 다른 학교보다 훨씬 많다.
이런 환경 때문인지 2002∼2004년 전교생의 연간 무단결석일수(병결 제외)는 970∼1204일이나 됐다. 한 학급(평균 34명)에서 하루에 5명 넘게 무단결석을 하는 날도 많았다.
상황을 보다 못한 선생님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2004년 초 ‘결석 줄이기 전쟁’을 벌이기 시작한 이후 교사들은 방과 후뿐 아니라 수업이 빈 일과 시간에까지 결석한 제자들의 집을 찾아 나섰다.
2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황인복 교사는 “학교에 빠지면 매일 집에 찾아오겠다고 결석한 제자에게 으름장을 놓고 약속을 지켰더니 제자가 못 이기고 학교에 나오더라”고 말했다.
역시 2학년 담임인 박미정 교사는 “집에서 뒹굴거리고 있는 학생을 찾아가 씻겨서 학교에 데려온 경험이 셀 수 없이 많다”며 웃었다.
교사들의 이런 열정은 이듬해부터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2005년 연간 무단결석일수가 이전의 절반 수준인 600일 정도로 떨어졌다. 다시 올해 1학기에는 190일로 줄어 현재 추세대로라면 연간 400일 이하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또 2002년에 학교 폭력 등으로 징계를 받은 학생이 22명이었지만 올해는 한 명도 없다.
최선방 교장은 “잦은 상담과 가정방문으로 업무량이 많아졌지만 아이들이 변해가는 걸 보며 선생님들이 보람을 느끼고 있다”면서 “학교 분위기가 눈에 띄게 밝아졌다”고 말했다.
○ 선생님은 방과 후 가정교사
학생부, 교무부 등 대부분의 학교에 있는 부서 외에 반송중에는 특별 부서인 ‘교육복지부’가 있다.
2003년에 신설된 이 부서는 저소득층 제자들을 위해 교사와 학생을 1 대 1로 묶어 상담하도록 하는 일을 주관한다.
또 선생님들이 방과 후 2시간 동안 학생들에게 무료로 과외수업을 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PC, 자원봉사, 바둑, 만화, 댄스 등의 동아리 활동도 후원하고 있다.
이런 다양한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성적도 끌어올렸다.
2003년에는 이 학교 학생 중 학력이 초등학교 3학년 이하 수준인 ‘기초학력 부진아’가 30명 정도로 다른 시내 중학교의 5배 정도였다. 그러나 올해에는 3명으로 줄었다.
또 2003년 한 해 통틀어 1000명을 넘지 않았던 도서실 이용자는 올해 9000여 명으로 늘었다. 2003년 당시 1권이 채 안 되던 1인당 도서 대출 권수도 지난해 6.2권으로 급증했다.
이 학교의 고윤정 학교사회복지사는 “가정형편 때문에 사교육을 받기 어려운 아이들에게 적극적인 교사들의 지원은 든든한 버팀목”이라며 “스승의 날이 아니라도 졸업 후에 선생님들에게 고마움을 느낀 학생들이 학교로 많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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