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모은 재산은 물론 자기의 시신까지 대학에 기증한 80대 할머니가 남긴 얘기다.
그 주인공은 서울역 앞에서 천막을 치고 20여 년간 우동 장사를 하다 10일 83세를 일기로 타계한 김복순 할머니.
김 할머니는 이미 9년 전에 자신의 전 재산인 시가 2억7000만 원 상당의 빌라(서울 성북구 장위동 소재)와 시신을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경희대에 밝혔다.
불교 봉사단체에서 30여 년간 함께 활동한 인연으로 김 할머니의 유언 공증에 참여했던 권현자(58) 씨는 “1998년 당뇨합병증으로 경희대 의료원에서 치료를 받은 할머니가 혼수상태까지 가는 등 고비를 겪고 난 뒤 본인이 가진 것을 다 대학에 주고 가야겠다는 뜻을 굳히셨다”고 전했다.
초등학교만 졸업한 김 할머니는 자신처럼 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잇지 못하는 학생들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1970년에는 고향인 경남 거제 창호초등학교에 캐비닛, 악기, 교실 책걸상을 기증해 거제군 교육장 표창을 2번이나 받았다. 2002년 4월에는 그 당시 자신이 갖고 있던 8800만 원의 현금을 모두 경희대에 기증했다.
또한 자식 하나 없이 30대 후반에 남편과 사별한 김 할머니는 세 딸들을 입양해 키우며 사랑을 몸소 실천해 왔다.
이 할머니의 재산 기증에 대해 세 딸들은 “이만큼 키워 주신 것만으로도 고마울 뿐”이라며 상속포기 각서를 써 어머니의 뜻을 따랐다.
둘째 딸 신명희(38) 씨의 남편 하민호(39) 씨는 “장모님께서 늘 사회에 모든 것을 기증해야 한다고 말씀하시고 실천하는 삶을 보면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면서 “우리도 사후 재산을 모두 경희대에 기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경희대는 할머니의 뜻을 기리는 ‘김복순 장학재단’을 세워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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